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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친애하는 그대에게 띄우는 봄 편지 - 이희숙

by 시인촌 2007. 6. 2.

친애하는 그대

수수꽃다리 그윽한 봄밤에

나는 그만 잠도 잊은 채 그대에게 편지를 띄워요

하고픈 말이 너무도 많아 쓰지 못한 편지지 위로

꽃송이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네요

어여쁜 꽃에 반하고 향기에 취한 나는

나이도 잊은 채 그대에게로 가는

영혼의 다리를 단숨에 만들고 한걸음에 달려가요

 

오늘 바람결에라도

친애하는 그대에게 띄우는 봄 편지 받거든

그대, 부디 잘 있노라 소식 주세요

 

 

2007년 봄 - 喜也 李姬淑

2024년 부분 수정 

 


친애하는 그대
봄은 밤도 아름답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는 
지금은 너무도 황홀한 밤이어요  
열린 창 사이로 
달콤한 바람이 밀려오네요  
당신을 처음 만난 그해 봄 
그대와 나 사이를 수도 없이 들락거리던   
바람을 꼭 닮았어요
정말이지 그토록 달콤한 바람은 난생 처음이었어요
친애하는 그대 
당신을 만난 후로 
벌써 몇 번의 아름다운 봄이 지나가버렸지만   
아직도 알지 못하는 게 하나있어요  
해마다 봄이면 
사람도 풍경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까지도 
달콤하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가  
아름다운 당신과의 인연 때문인지  
불안할 만큼 설레게 했던 수수꽃다리 향기 때문인지
도통 내 마음을 나도 알 수가 없어요 
친애하는 그대
수수꽃다리 그윽한 봄밤에 
나는 그만 잠도 잊은 채 그대에게 편지를 띄워요 
하고픈 말이 너무도 많아 쓰지 못한 편지지 위로    
꽃송이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네요
어여쁜 꽃에 반하고 향기에 취한 나는 
나이도 잊은 채 
그대에게로 가는 영혼의 다리를 단숨에 만들고는  
한걸음에 달려가요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내 마음을 보았는지 
저만치서 공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그대가 보이네요 
친애하는 그대
이제 어디에도 불안한 설렘은 없어요
그리운 우리
애틋한 우리
사랑하는 우리만이 있을 뿐
오늘 바람결에라도 
친애하는 그대에게 띄우는 봄 편지 전해 받거든 
그대 부디 잘 견디고 있노라 소식 주세요

2007년 봄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