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가 말했다.
나라는 사람은 상처를 잘 입지 않는 강한 사람이라고...
그 말에 그렇다고 대답을 했지만
사실 나라는 사람은 누구보다 상처를 잘 입는다.
어쨌거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에게
나라는 여자가 강한 사람으로 인식되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모르는 것 같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상처 입은 마음을 밖으로 표현하는 일을
죽기보다 더 싫어한다는 사실과
타인에게 그렇게 보이기까지
어떤 측면에서든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내게 있어 자존심이란
나를 키운 절반의 힘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해서
남들 눈에 쓸데없는 고집을 피운다 싶은 정도의 자존심은 내세우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이익과 손실은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아는
영악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자존심이 강한 이들은 아파도 소리 지르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누군가에게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두 번 상처를 입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나이 듦이 좋은 이유를 느끼는 대로 말해 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상처를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는 여유가 생겨서 무엇보다 좋다고 했다.
상처를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는 여유,
생각해보라.
마음이, 삶이 얼마나 즐겁고 싱그러울 것인가를...
그래서 나는 일상의 변화를 예고하는,
나아가 삶의 혁명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나이 듦의 여유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착한여자이기보다 영악한 여자이기를 소망한다.
이기적이게 나쁜 여자가 아니라
이성과 감성을 적절하게 조율할 줄 아는...
내가 꿈꾸는 영악한 여자는
자신을 둘러싼 배경을 사랑할 줄 알기에
결코 이기적일 수 없는 여자며
자신의 감정으로 인해 타인이 상처 받지 않게끔
미리 선수 칠 줄도 아는 지혜로운 여자다.
때문에 누구든 미워할 수 없는 여자라 할 수도 있다.
오늘 나는
내 안 어딘가에 숨어
연꽃처럼 피고 닫히는 때를 잘 아는
영악한 여자에게 속삭인다.
사소한 것으로라도 상처를 입히는 사람이 되지 마라.
그 누구로부터도 상처 받을 말과 행동도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