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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향기

일본역사문화 탐방 이틀째(2007년 8월 1일) - 이희숙

by 시인촌 2007. 8. 19.

예정보다 한 시간 이상 늦게 도착한 이유로 천년의 고도 교토시로 이동한 후 중식을 먹기로 되어있었던 일정을 바꿔 남항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모 뷔페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배에서 먹었던 두 끼 식사(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가 부실한 탓도 있었지만 음식문화가 발달한 걸로 유명한 오사카여서인지 메뉴도 다양했고 맛 또한 괜찮았다. 그러나 그 때는 그곳에서 먹었던 점심식사가 4박 5일 동안 이루어졌던 여행에서의 가장 훌륭한 식사가 될 줄은 몰랐다. 

 

선상에서의 지체시간으로 인해 여행일정을 일부 조정하는 과정에서 8월 2일로 계획되어 있었던 동대사를 가기로 했다. 동대사로 이동하는 도중 교토 핸디크래프트센터에 들렀는데 거리며 주변풍경들이 과거를 재현해 놓은 영화세트장처럼 아기자기 했으며 오래된 것에서 느껴지는 정겨움이 물씬 풍겨 좋았다. 그곳을 돌아보는 동안 유럽인들이 일본을 좋아하는 이유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기 때문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불현듯 생각났다. 

 

우리나라 경주시와 자매결연 맺은 나라시에는 나라공원이 유명한데 나라공원은 동대사로 들어가는 길에 위치한 사슴공원을 말한다. 신이 사슴을 타고 춘일사에 왔다는 말처럼 사슴을 신격화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는데 공원입구는 말할 것도 없고 동대사까지 사슴의 배설물이 군데군데 널려있어 발밑을 살피며 지나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했다.

 

일본여행을 한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렀을 법한 동대사(도다이지)는 일본 나라시[奈良市]에 있는 일본불교 화엄종의 대본산으로 세계최대의 목조건물인 다이부쯔덴(대불전)과 세계최대의 청동불상 다이부쯔(대불)로 유명한 절이며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절이다. 절의 규모나 불상의 크기는 직접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 놀라움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대단하고 웅장하지만 정작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도다이지 관정 스님이 편찬한 ‘동대사요록’ 에 소개된 도다이지 창건의 대표적인 세 분의 성인(聖人)인 구다라인(백제인) 행기(行基 668∼749)큰스님과 양변(良弁 689∼773)큰스님, 신라인 심상대덕(審祥大德·8세기) 큰스님이었다.

 

동대사에서 나와 그 날 묵을 호텔로 온 일행들은 각자 배정받은 방에 여행 가방만 들여놓고 호텔 내에 있는 식당에서 튀김과 우동이 주 반찬으로 나오는 저녁식사를 했다. 평소 담백한 맛의 일식을 좋아하기에 일본여행 중에는 뭐든 잘 먹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었는데 저녁식사로 먹은 일본정식이 너무 짜서 음식 고유의 맛을 음미하기는커녕 연신 물만 마셔댔다. 덕분에 아들을 위해 준비해 온 김이랑 고추장이 여러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저녁을 먹고 곧바로 일본 전통극 관람을 위해 기온코너로 갔다. 공연은 다도, 거문고, 꽃꽃이, 아악, 교후겐(狂言 - 희극), 교우마이 (京舞 - 게이코, 마이코의 춤) 분라쿠 (文樂 - 한 사람의 주조종자와 2,3인의 검은 옷으로 휘감은 부조종자에 의해 진행되는 인형극)로 이루어졌는데 한 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7종류의 각기 다른 장르를 보고 일본문화를 이해하기란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식 밖에 되지 못했다.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기온코너의 공연비가 2800엔이라는 사실에는 비싸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악과 교우마이, 분라쿠는 나름 볼 만하다는 것이 공연을 본 내 솔직한 느낌이다.

 

홍등으로 밤을 밝힌 기온거리를 걸었다. 기온거리의 밤 풍경은 중국의 어느 거리를 옮겨 놓은 듯 많이 닮아있었다. 퇴근 후 한잔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기온거리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교토의 밤은 좀체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다. 화산의 나라, 불의 나라, 지진의 나라라는 말을 증명하듯 거리를 걷는 동안 발아래에서 느껴지는 후끈거림이 그야말로 아악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더웠다. 더운데다 저녁을 짜게 먹은 탓인지 목도 마르고 해서 편의점에 들러 과자와 음료수를 샀다. 우리나라 피자맛과 비슷한 과자를 샀는데 과자 역시 어찌나 짜던지 일본인들의 맛에 대한 생각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호텔로 돌아와 사우나를 하고 둘만의 휴식시간을 갖는 동안 준비된 기모노를 입어보기로 했다. 기모노 입은 내 모습은 영 어색한데 아들은 늘 입고 다니는 사람처럼 편안해보였고 잘 어울렸다. 기모노를 입은 아들 녀석이 나를 위해 차를 만들었다. 능숙하게 차 만드는 법과 차 대접하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아들은 여기 살아도 아무런 문제없겠다 했더니 절대로 일본에서는 살지 않겠다한다. 왜냐고 묻는 내게 아들 녀석 하는 말, "음식이 너무 맛없잖아요. 그리고 집도 상점도 너무 작고요. " 초등학교 6학년의 솔직한 표현에 그만 웃고 말았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밤은 깊어만 갔다.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