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의 방콕, 파타야 여행(2007년 10월 3일 ~ 2007년 10월 08일)을 다녀온 지 오래건만 여행 후기를 쓰지 못했다. 그 때문에 6일간의 여행일정을 기억의 수레바퀴에 의존해 마음 가는 대로 기록하고자 한다. 국외든 국내든 여행을 계획할 때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여행지가 정해지고 나면 매력적인 볼거리, 안락한 잠자리, 훌륭한 음식, 다양한 체험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 여행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이야기할 때 음식(먹는)관광, 보는 관광, 체험관광, 쇼핑관광(특산품)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6일간의 태국 여행 중 음식관광과 보는 관광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혹은 취향으로 체험관광과 쇼핑관광은 그저 그랬다. 그럼에도 맛의 나라, 미소의 나라, 미의 나라인 태국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맛보고, 체험하고, 느낀 것들은 어느 것 하나 가볍다고 이야기 할 수 없을 만큼 제각각 지닌 고유의 빛깔과 소리와 향기는 나를 유혹했다.
태풍이 없는 축복받은 땅인 태국, 태국의 수도이자 관문이 되는 도시인 방콕과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관광도시 파타야 여행을 통해서 내가 얻은 것은 누구의 아내, 엄마, 며느리라는 타이틀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나를 만날 수 있었다는데 무엇보다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자연스러움은 때때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확인시켜 줄 만큼 여유로웠으며 너그러웠다.
평소 육류보다는 생선이나 해산물을 좋아하고 매콤한 걸 좋아하는 내 기호에 안성맞춤인 태국음식은 개운한 맛이 일품이었다. 여행 이튿날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아시아 최고 식당이라는 로얄 드래곤은 한눈에 보기에도 잘 가꾸어진 정원에 규모까지 커 식당 종업원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음식을 나르는 이색적인 풍경도 구경할 수 있어 좋았지만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과 매콤한 맛이 어우러진 음식은 나뿐만 아니라 일행들에게도 괜찮네 하는 호평을 받았다. 또 마지막 날 저녁,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에 들렀던 방콕에서 가장 높은 호텔인 바이욕스카이호텔(84층) 뷔페 디너는 다양한 음식종류와 질리지 않는 맛도 좋았지만, 식사 후 360도 회전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이 보석을 박아놓은 듯 아름다워 다시 한 번 들르고 싶은 장소로 각인되었다. 뜻밖의 장소인 바이욕스카이호텔에서 태국의 최고층 건물을 움직이는 심장인 고속엘리베이터(elevator)가 우리나라 LG 전자에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반가운 지인을 만난 듯 기분이 좋았던 건 외국에 나가보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 외에도 낯선 곳을 거치는 여행자의 여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국토의 70%가 늪으로 이루어진 나라 태국은 동양의 베니스라 불러도 좋을 만큼 물이 풍부한 나라이며 일 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나라로도 알려졌다. 국토 대부분이 국왕 소유라 땅을 소유하지 못한 많은 국민은 땅을 임대하는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이유로 경제적 불균형이 심한 나라가 태국이기도 하다. 내각책임제로 수상과 각료로 구성되어 있지만, 입법, 사법, 행정 삼권의 실제 권력자는 국왕인 태국은 신분제도(왕족 - 귀족- 부자- 평민) 때문에 국민이 살아가는데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내세가 있다고 믿는 불교의 영향 때문에 힘든 현실에 대해서도 큰 불평불만 하지 않고 심지어 죽는 것마저 슬퍼하지 않는다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연간 관광객 수가 5천만 명을 돌파하는 나라 태국은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나라임에 틀림이 없었다. 4모작의 영향으로 쌀 생산량이 전 세계 1위며 고무 생산 역시 세계 1위인 나라 태국은 가는 곳마다 논과 고무나무를 심어놓은 농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여행 중간에 들른 고무농장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라텍스 공장에서 한화로 약 십만 원 하는 배게 하나를 샀다. 시아버님 선물로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차에 잠자리가 편하다는 말에.
새벽사원으로 가는 길은 방콕에서 가장 큰 짜오프라야강(길이 460km, 수심 20m)을 따라 가야 하는데 펄(개펄의 준말)이 올라와서 물빛은 온통 황토색이었다. 수상시장이 열리는 강에는 야자수 나무로 만들어진 수상가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는데 가난한 이들의 삶의 터전인 수상가옥이 태국의 관광명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여서 그런지 하루 동안 관광객들을 태운 수십 척의 배가 드나들어도 수상가옥에 사는 주민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행동하는데 참으로 자연스러워 보였다. 집집이 주인의 성격이나 취향이 드러나 보이는 수상가옥은 테라스에 갖가지 꽃으로 한껏 멋을 부린 집도 더러 보여 땅도 없고 집 지을 돈도 없는 가난한 서민들이 사는 곳이 맞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 나름의 환경을 구축하고 있었다. 아무튼, 팔뚝만 한 고기들이 먹이를 주는 배 주변으로 몰려드는 짜오프라야 강은 가난한 이들과 물고기들에게는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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