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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애인 - 이희숙

by 시인촌 2009. 7. 7.
 
누가 
한가슴만 무진장 사랑하다 
허락도 없이 무릎 꿇고 말았는가
그 누가 
범람하는 강물처럼 쓰러져 
내 가슴에 정박했는가
누가 
통째로 삼킨 뜨거운 불을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했는가 
그 누가 
환장하게 눈부신 날은 
포기도 빠른 거라고 부추겼는가
누가  
달랑 의문부호 하나 남기고 떠나면서 
날 더러 작은 포구가 되어야 할 차례라고 속삭이는가
그 누가
사랑은 차마 끝나지 않았다고 
말줄임표로 위로하는가 
나는 몰라라
정말 몰라라 
그리움의 이름으로 나포된 시간 속에
약속이나 한 듯 달려오는 이가 
그였다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로 바뀌는 
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비로소 눈뜨는 사랑을 

2009년 07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