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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가을인가 봅니다 - 이희숙

by 시인촌 2011. 12. 1.

 

생각만으로도

아름다운 배경이 되는 사람이여

나를 돌보고

우리를 이야기하는 계절 가을입니다

낙엽처럼 쌓인 욕심과

단풍처럼 물든 미련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나의 마음은

누군가의 여름보다 뜨겁고

어떤 이의 겨울보다 더 깊고 외로울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듭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아픈 이름이 되는 사람이여

겨울을 예고하는 비가

나뭇잎을 흔들고

국화꽃을 잠들게 하는 이 시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잊었던 얼굴과

모른 채 살았던 이름들이

우수수 쏟아집니다

어쩐지 자꾸만 나는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이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쓸쓸한 가을이 될 수 있음에 조바심이 납니다

 

가만히 부르기만 해도

절로 눈물 나는 이름이여

세월을 무시한 추억들이

기별도 없이 찾아오는 걸 보니

또다시 가을인가 봅니다

 

 

 

 

2011년 11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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