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도
아름다운 배경이 되는 사람이여
나를 돌보고
우리를 이야기하는 계절 가을입니다
낙엽처럼 쌓인 욕심과
단풍처럼 물든 미련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나의 마음은
누군가의 여름보다 뜨겁고
어떤 이의 겨울보다 더 깊고 외로울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듭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아픈 이름이 되는 사람이여
겨울을 예고하는 비가
나뭇잎을 흔들고
국화꽃을 잠들게 하는 이 시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잊었던 얼굴과
모른 채 살았던 이름들이
우수수 쏟아집니다
어쩐지 자꾸만 나는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이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쓸쓸한 가을이 될 수 있음에 조바심이 납니다
가만히 부르기만 해도
절로 눈물 나는 이름이여
세월을 무시한 추억들이
기별도 없이 찾아오는 걸 보니
또다시 가을인가 봅니다
2011년 11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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