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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그냥... 사는 이야기

by 시인촌 2011. 12. 20.

 

 

최근 한 달 동안 누군가와 전화를 오래도록 한 기억이 별로 없다.

여기저기서 나를 찾는 전화가 와도 매번 놓치기 일쑤고

안부를 묻는 문자 역시 제때 답장을 한 적이 없다.

오전엔 헬스장에 있으니 전화를 받을 수 없고

집에 돌아와서는 점심 준비와 집안일에 바쁘다 보니 놓치기 일쑤고

실내 계단으로 되어 있는 집 구조가 4층이니

휴대폰을 어느 층에 두었는지 깜빡 할 때도 많아

의도한 적은 없지만 통화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서울대를 가기 위해서 재수를 선택한 딸아이가 상위 1%에 들었지만

올해 수능이 너무 쉽다 보니 수능을 친 그 다음날부터 일주일 동안은

그야말로 집안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서울대 필수과목인 국사도 만점이고 제2외국어도 1등급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수학이 93점이라는... 한문제만 실수하지 않았더라도

올 1등급인 동시에 그토록 바라던 SKY에 합격 할 수 있었는데

인정 할 수 없는 결과에 아이는 한 번 더 도전하겠노라 울며 고집을 부렸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현실을 받아들여 반수라도 하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꿈도 분명하고 욕심도 많고 뭐든 열심이었던 아이가 느낀 좌절감이 얼마나 컸을지...

그걸 알면서도 난 가끔 하지 말아야 할 말, 이를 테면 작년보다 백분위가 나쁘다든가

한문제만 맞혔어도 학교와 학과가 달라진다는 등의 말을 하는 못난 엄마가 되곤 한다.

안타까워한다고 달라질 결과도 아닌데 내 모습이 참 부끄럽고 미안하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처럼 수능의 충격에서 벗어난 식구들은 걱정 없는 얼굴을 하고 웃고 떠든다.

오전이면 딸아이와 함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지난 주 수요일부터 남편도 합류를 했다.

그렇게 우리 식구는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긴다.

일요일인 어제는 김장을 했다. 해마다 50포기 이상을 했는데 올해는 30포기만 했다.

김장 후 다 함께 온천욕을 하고 외식을 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한 달 동안 외출도 잦았고 외식도 많았다.

수능 후유증에서 벗어난 어느 날은 딸아이와 현대백화점에 가서 지갑이랑 옷 등을 구매했고

일주일 후엔 남편과 함께 아울렛에 가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출했다.

며칠 전엔 딸아이와 함께 동성로에 가서 화장품과 속옷을 사고

계획에도 없던 대구백화점으로 이동해서 코트와 오리털 잠바를 사고...

 

지난 12월 16일은 음력으로 11월 22일, 내 생일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도 모의고사가 있어 일찍 귀가했기에

금요일인데도 가족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11월에 문을 연 샐러드&그릴 레스토랑인 세븐 스프링스 동성로점은

6시 40분을 막 넘긴 시간인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예약을 하지 않은 탓에 25분정도 기다려야했지만

음식의 맛을 본 식구들 반응은 샐러드바가 아닌 그린테이블이라는 설명대로

비슷한 종류의 식당인 빕스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의 일치를 보았다.

메인 메뉴가격이 평균 35,000원(VAT 별도)에 달하는 세븐 스프링스는

앞으로 우리 식구들이 애용할 식당 중 하나가 될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다.

 

한 시간 가량 식사를 하고 같은 건물 6층에 위치한 CGV 4DX관에서 영화를 보았는데

의자의 움직임이나 바람의 효과가 한층 더 실감나 좋았다.

좋다는 나의 평가와 달리 아들 녀석은 4D는 집중하는데 방해도 되고

8,000원인 일반영화에 비해 14,000원은 너무 비싸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아무튼 13일(화요일) 초등학교 친구 여섯이 들른

수성유원지 근처 덴바찌에서 먹은 1인당 45,000원 식사보다 좋았고

친구들과 만경관 MMC에서 본 ‘오싹한 연애’보다

가족과 함께 본 ‘미션임파서블-고스트프로토콜’이 훨씬 재미있었다.

 

욕심을 버리니 마음은 한결 편해졌지만

이번 주 2012 대학 정시 원서를 쓰려니 안타까움과 속상함이 다시 밀려온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