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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균형에 대하여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12. 2. 23.

단골가게에서

때깔 좋고 싱싱한 놈으로 골라 온 과일이
집에 와서 보니 유독 하나가 눈에 띈다
값을 치르는 동안 덤으로 준 모양인데
볼품없이 기울어진 것이 볼수록 짠하다
먹으면 사라질 사과 한 개가
내내 마음 끝에 매달려 균형에 대해 생각하다
균형은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고른 것

서로 힘을 더하여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삶 속에서의 균형은
생각보다 예민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잘 달리던 자전거도 균형을 잃으면
한쪽으로 기우뚱 넘어지고
사랑도 균형을 잃으면 틈이 벌어져
어느 순간 이별과 마주해야 한다
균형을 잃었을 때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세워 둔 자전거가 기우뚱할 때
기운 쪽에 뭔가를 덧대 평형을 유지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려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야
균형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신이 예외라는 걸 허용한 이유가

다 알 것 같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많고
영영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일이 더 재미있는 이유다

 

 

201년 2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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