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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지나고 나니 알겠네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12. 5. 8.

언덕 너머 있던 봄이었는데

처녀 가슴처럼 봉긋한 몽우리였는데

어느새 해 지듯 꽃은 떨어지네

 

중년의 나도 어느 한 시절

누군가의 마음에 한 떨기 꽃으로 피어

불면의 밤 가져다준 적 있었는데

지는 꽃이여 되돌릴 수 없지만

다시금 꽃이 되고 싶어

이 순간을 거짓말이라 말하고 싶네

 

삶은 어찌하여

한발 비켜선 후에야 알게 하는지

오늘 밤은 살아온 이력은 꽃잎에 묻어둔 채

그려진 세월을 지우고 싶네

 

꽃 지니 알겠네

아름다움은

견디어 내야 하는 것에 대한 앓음이란 걸

 

 

2012년 04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