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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즐거운 하례마을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18. 4. 5.





나는 이상한 여자입니다

십이월 첫날

어쩌자는 작정도 없이

마음 찢고 나온 생각 따라

별안간 제주에서 살아보기를 하러 온


나는 이상한 여자입니다

대문 없는 단독주택을 빌려

큰 그림을 그리러 온

날마다 제주를 통째로 훔치는 상상을 하지만

한 번도 훔친 적 없는


아무려면 어때요

살 오른 애기동백이 밤마다 무도회를 열고

상큼하고 달콤한 말투를 가진 감귤이 온 동네를 기웃거려도

이상할 것 없는 즐거운 하례마을인걸요


날 것 같은 말투를 바당같이 알아듣는 돌과

우리말을 몬딱 외국어로 알아듣는 나무 앞에서는

쉿 목소리를 낮춰요

단박에 나무인 걸 들킬지도 모르니까요


아무려면 어때요

아침이면 한걸음에 달려온 한라산이

공천포를 밀어 올린 해와 입맞춤 하고

잠들지 못한 저녁이면

더듬더듬 전하는 바람의 안부로 잠이 드는

여기는 서귀포 하례마을인걸요



2018년 03월 - 喜也 李姬淑




주)

바당(바다의 제주도 사투리)

몬딱(모두의 제주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