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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저만치의 거리, 사랑이다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19. 4. 4.

대명역에서 앞산빨래터공원 가는 길
서로서로 알아보는 저만치의 거리
사거리에 서면 뜬금없이 길을 잃는다
길을 몰라서도 아니고
커피전문점 즉흥적인 이름 때문만도 아니다

 

살아온 많은 날은
길 위에서 시작되고 길 위에서 끝이 났다
열리고 닫히고 다시 여닫기를 몇 번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서로서로 알아보는 저만치의 거리에서
피어나고 저물고 다시 피고 저물어 간다

 

딱히 억울할 것도 슬플 일도 없는 하루가
슬금슬금 풍경으로 지는 날이면
가고 없는 사랑을 생각하며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며
너는 오고 나는 간다
서로서로 알아보는 저만치의 거리, 사랑이다

 

 

 

 

2019년 03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