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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망각의 강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21. 10. 14.

오랜만에 만난 친구

섬처럼 커피잔 사이에 두고

이십 년도 더 지난 일을

엊그제 일처럼 썰 푼다 풀어헤친다

들쑥날쑥 바람처럼 드나들던 말은

목적지에 당도하기도 전에 길을 잃고

강제 소환당한 어떤 하루가

눈앞에서 맥없이 쓰러진다

바람 한 점 일지 않았는데

찢기고 뜯긴 흔적 역력하다

 

입에서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것만 같은 문장

찻잔 속 태풍이 되기도 전에

서둘러 망각의 강을 건너는 그녀

와해된 진실은

밖으로 나오는 족족 허공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2021년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