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
섬처럼 커피잔 사이에 두고
이십 년도 더 지난 일을
엊그제 일처럼 썰 푼다 풀어헤친다
들쑥날쑥 바람처럼 드나들던 말은
목적지에 당도하기도 전에 길을 잃고
강제 소환당한 어떤 하루가
눈앞에서 맥없이 쓰러진다
바람 한 점 일지 않았는데
찢기고 뜯긴 흔적 역력하다
입에서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것만 같은 문장
찻잔 속 태풍이 되기도 전에
서둘러 망각의 강을 건너는 그녀
와해된 진실은
밖으로 나오는 족족 허공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2021년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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