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던 사이가 무너지는 지점은
별거 아닌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돌보지 않은 상처가 덧나서 곪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길 때 틈은 점점 사이를 벌린다
믿음을 쌓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그해 크리스마스이브날
번지수를 잘못 찾은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건너갈 때마다 몸집을 불려
잔잔한 일상의 행복을 무너트리고 웃음을 앗아갔다
그 일 후 오래도록 불면에 시달린 나는
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끄적이고 끄적이고 또 끄적였다
썼다, 지우고 다시 썼다 지웠던 말 그리고 마음
그때는 정말 몰랐다
위로받지 못한 채 서둘러 봉인한 감정이
돌보지 못한 상처가 이리도 깊고 아플 줄
누가 그 많은 상처를 잉태했을까?
2000년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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