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가 밤새 떨어진 장미잎 쓸어 담고
정원에 제집인양 들락거린 길냥이 흔적 치우고
라일락, 매화, 산수유 할 것 없이 꼼꼼하게 물 주고
옥상에 올라가 그늘을 내어 준 나무들과 눈인사하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 하늘이 바다처럼 맑고 깊다
식전부터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
아래층으로 내려와 커피포트에 물 올리고
창문 열고 자식 같은 화분들 물 주고 나니 물은 끓었다
좋아하는 명품 커피도 있는데
종이컵에 달랑 절반도 안 되는 물 부어 커피믹스 한 잔이라니
예쁜 커피잔이 저리 수두룩한데
편하다는 이유가 맛도 분위기도 다 포기한
어느 가을 아침
2022년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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