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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어느 가을 아침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24. 6. 27.

밖으로 나가 밤새 떨어진 장미잎 쓸어 담고

정원에 제집인양 들락거린 길냥이 흔적 치우고

라일락, 매화, 산수유 할 것 없이 꼼꼼하게 물 주고

옥상에 올라가 그늘을 내어 준 나무들과 눈인사하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 하늘이 바다처럼 맑고 깊다

 

식전부터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

아래층으로 내려와 커피포트에 물 올리고

창문 열고 자식 같은 화분들 물 주고 나니 물은 끓었다

좋아하는 명품 커피도 있는데

종이컵에 달랑 절반도 안 되는 물 부어 커피믹스 한 잔이라니

예쁜 커피잔이 저리 수두룩한데

편하다는 이유가 맛도 분위기도 다 포기한

어느 가을 아침

 

 

 

2022-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