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걸으며 나무의 생에 대하여 생각한다
아름답고 평온한 숲도 어쩌면
그들만의 전쟁을 치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뼘 더 넓은 터전을 차지하기 위해
한 줌 더 많은 햇볕을 얻기 위해
바람처럼 흔들리며 밤새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삶은 원래 흔들리며 지켜내는 거라고
그 무엇도 알려 준 적 없어도
나무는 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한없이 속으로 울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숲은 나무들의 소리 없는 전쟁으로 푸른 산이 되고
사람 사는 세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걸음으로
흔들리며 지켜낸 수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서로의 아름다운 배경이 된다
아름답다는 건
어쩌면 흔들리며 지켜낸
모든 생의 종착점
다른 이름이 아닐까
2022년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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