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떨군 가지마다 졸고 있는 오후 3시
그늘의 깊이가 문신처럼 선명하다
볕과 그늘의 사이가 아무리 깊다 해도
해 지는 저녁이면
이럴까 저럴까 재다가
끝나버린 사랑처럼
아니 온 듯 사라지네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무엇이었다가
도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는 것은
모르던 너와 내가 우리가 되었다가
도로 남남이 되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모르던 그때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은 것
그늘의 깊이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인생처럼
무엇이었다가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다시 무엇이 될 수도 있는 것
2023년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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