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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그늘의 깊이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24. 7. 10.

잎 떨군 가지마다 졸고 있는 오후 3

그늘의 깊이가 문신처럼 선명하다

볕과 그늘의 사이가 아무리 깊다 해도

해 지는 저녁이면

이럴까 저럴까 재다가

끝나버린 사랑처럼

아니 온 듯 사라지네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무엇이었다가

도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는 것은

모르던 너와 내가 우리가 되었다가

도로 남남이 되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모르던 그때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은 것

 

그늘의 깊이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인생처럼

무엇이었다가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다시 무엇이 될 수도 있는 것

 

 

2023년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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