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 구경이고
씹는 맛이 일품인 건 남 욕하는 거라고 했던가
믿거나 말거나 모임에서 불참한 사람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날의 주인공이 되어
들었다 놨다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도
싸움을 걸기는커녕 따질 수도 없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지만
뜯고 씹고 맛보는 재미에
북 치고 장구치고 얼쑤 파티는 지금부터다
술술 넘어가는 술처럼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처럼
멈출 줄 모르는 자들이여, 아는가
이름 모를 어느 노포 집 술안주 마냥
그대도 예외 없이 뜯기고 씹히다가
마침내 소설 속 비운의 주인공이 된다는 걸
모쪼록 말조심할 일이다
2023년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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