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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씹다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24. 7. 23.

씹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 구경이고

씹는 맛이 일품인 건 남 욕하는 거라고 했던가

믿거나 말거나 모임에서 불참한 사람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날의 주인공이 되어

들었다 놨다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도

싸움을 걸기는커녕 따질 수도 없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지만

뜯고 씹고 맛보는 재미에

북 치고 장구치고 얼쑤 파티는 지금부터다

 

술술 넘어가는 술처럼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처럼

멈출 줄 모르는 자들이여, 아는가

이름 모를 어느 노포 집 술안주 마냥

그대도 예외 없이 뜯기고 씹히다가

마침내 소설 속 비운의 주인공이 된다는 걸

 

모쪼록 말조심할 일이다

 

 

 

2023년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