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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차단된 마음-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24. 8. 28.

당신을 감금하던 눈빛을 거두자

저만치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숲도 작아지고

세상 모든 향기도 시들해집니다

 

당신과 나는 어디쯤에서 꽃이었다가

나무였다가 숲이 되었을까요

 

침묵이 길어질수록 해는 서쪽으로 더 기울고

눈빛이 흔들릴 때마다

그어둔 빗금은 조금씩 지워져 나갑니다

 

언제 적부터 있었던 더듬이였을까요

하루도 조용할 날 없습니다

오늘도 바람은 내 머리카락 사이로 넘나들고

당신은 달아나는 나를 잠자코 보기만 할 뿐

 

출렁이는 마음을 잠재우러 바다로 가야겠어요

바다에 가면 지진 난 마음을 식힐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서 걸려 온 전화는 받지 않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