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감금하던 눈빛을 거두자
저만치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숲도 작아지고
세상 모든 향기도 시들해집니다
당신과 나는 어디쯤에서 꽃이었다가
나무였다가 숲이 되었을까요
침묵이 길어질수록 해는 서쪽으로 더 기울고
눈빛이 흔들릴 때마다
그어둔 빗금은 조금씩 지워져 나갑니다
언제 적부터 있었던 더듬이였을까요
하루도 조용할 날 없습니다
오늘도 바람은 내 머리카락 사이로 넘나들고
당신은 달아나는 나를 잠자코 보기만 할 뿐
출렁이는 마음을 잠재우러 바다로 가야겠어요
바다에 가면 지진 난 마음을 식힐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서 걸려 온 전화는 받지 않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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