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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느낌

스승의 날에 대한 짧은 단상(斷想) - 이희숙

by 시인촌 2005. 7. 4.

마산에 있는 모 초등학교 정문에 말 많은 스승의 날에 대해
아래의 글과 비슷한 내용의 글이 현수막에 걸렸다지요.

"스승의 날은 지금 내 아이의 스승을 찾는 게 아니고
우리 자신을 가르쳐 주신 옛 은사님을 찾아뵙는 날이라고..."

 

직접 현장에 가서 눈으로 확인한 글은 아니지만
두 아이가 학교간 지난 금요일(5월 13일) 아침 시간,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십 여분 남짓 동안
켜 둔 텔레비전(이재용, 최윤영 아나운서가 진행하는‘아주 특별한 아침’)에서
이재용 아나운서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가슴이 뭉클했는지 모릅니다.

 

짧은 시간 보고들은 이야기는 스승의 날인 오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여유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이끌어 주신 은사님을
바쁘거나 시간이 너무 흘렀다는 이유로 그 고마움을 더러 잊고 산 건 아닌지
또한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한 그동안의 무심함에 대해 미안한 마음 금치 못하며
안부가 무척이나 궁금했다는 살뜰한 인사 마주보고 직접 전한 기회보다
현재 내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께 더 많이 신경 쓰고 자주 찾아뵙지는 않았는지...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답다’ 혹은 ‘다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스승은 스승답고 학생은 학생답고 학부모는 학부모답다면 매년 스승의 날이면

 ‘우리학교는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 라는 글귀로 시작하는 유인물을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통해 가정으로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런 글귀가 적힌 인쇄물을 접한 학부모는 씁쓰레한 마음으로 읽어 내리지 않아도 될텐데 하는 생각...


옛말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지요.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다 라고 할 만큼 스승은 존경의 대상이었지요.
스승의 말씀은 진리가 되고 살아가는 지혜가 되고 마음의 양식이 되었던 시절,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에 선 스승인 자와 배우는 자의 입장에 선 제자와의 관계는
아끼고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흘러 나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때 가장 아름다운지를 보고 듣고 느끼게 해서 깨닫게 해주었지요. 
하지만 하루가 물살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요즘은 어떻습니까?


우리의 교육이 어떻다는 말도 많고 사건사고도 심심찮게 여기저기서 보도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생각에 동의하며

자신이 국가의 미래가 달린 교육자라는 직업을 가진 것에 보람을 느끼며

가르치는 학생이 정직하고 꿈이 있는 사람으로 자라 개인은 물론이요,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아름다운 일꾼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아낌없이 주는 한 그루 나무처럼 지식과 사랑을 전하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있기에

우리아이들의 장래와 이 나라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건강한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모든 스승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고 싶은 오늘,

고맙다는 말과 함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밝은 소리를 전하려 합니다.

보십시오.

내리쬐는 햇빛에 튼실하게 익어 가는 열매처럼

당신들의 노고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하루가 다르게 물오른 나무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의 눈부신 성장을...

 

 

 


2005년 05월 15일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