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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느낌

사랑에 관한 단상(斷想) - 이희숙

by 시인촌 2005. 7. 9.
(부제 - 사랑은 인간최고의 무형의 유산이다)
 

 

 

 


어쩌다 켠 텔레비전에서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절규하는 눈빛을 만나면
채널을 급히 돌리거나 어디론가 해야 할 일을 찾아
슬그머니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배우의 애절한 눈빛과 몸짓, 대사를 좀 더 깊이 느끼기 위해
소파에 몸을 깊숙이 기댄 채 몰입할 준비를 한다.
내 안에 출렁이는 뜨거움이 텔레비전 속 배우에게
금방이라도 전위될 것 같은 기분마저 느끼며...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랑만큼 웃고 울게 하는 이야기 꺼리도 없었다.
사랑 없는 세상은 메마른 사막과도 같아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사랑은 언제나 인간이 사는 가까이에 있으며 돌고 돈다.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는 확신이 드는 동안에는
예외 없이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으며
자신이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느낀다.
사랑은 단조로운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닫혀 진 마음의 문을 열게 해 어두움으로부터 탈출할 기회를 주며
나아가 두려움 없는 용기를 품게 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에 나오는 대사처럼 말이다.
"우리는 행복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고, 겁나는 것도 없었다."

 

스치는 사람들의 얼굴을 또렷하게 바라본 적 있는가?
그들의 얼굴은 저마다 다른 생김새만큼이나 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우리는 현재 사랑하고 있고 사랑 받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얼굴표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얼굴빛은 하나 같이 싱그러운 풀잎처럼 밝게 빛날 것이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신감이 몸에서 말투에서 걸음걸이에서
향기처럼 퍼져 나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빛이 되고 향기가 되는
인간최고의 무형의 유산이다.
그 사랑 안에는 배려라든지 관용이라든지 관심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건
시대를 막론하고 하나의 진리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고...

 

사랑하고 있는 동안 인간의 뇌에서는 각성제가 나오는데
그 영향으로 상대방에게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부지런함과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는 많은 것들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 마냥 고맙고 즐거워져
나이를 막론하고 모두가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이 된 듯 감성마저 풍부해진다.
그 풍요로운 감성은 나이를 잊어도 좋을 만큼 종종 유치해지기까지 하는데
별 것 아닌 것에도 크게 반응을 보이며 칭찬할 줄 아는 여유와
그 반대로 속 좁은 사람 마냥 서운해하기도 한다.
이런 결과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많은 것의 중심을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시계의 분침과 시침을 돌려 맞추듯
생활의 많은 부분을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맞추는데서
오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살아가는 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삶 자체가 끝없는 수평선처럼 느껴져
어찌할 바 모르는 순간에도
팍팍한 가슴에 제일 먼저 움 터는 것이 사랑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상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로지 사랑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라고 말했던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기에...

 

사랑이라는 함축된 두 글자 안에는 배려, 관용, 관심 이외에도 희망, 용기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윤활유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일컬어 살아있는 불꽃이며
스러지지 않는 용기며 희망이다 라고 말하는데 한치의 주저함도 없다.
 
밤늦도록 잠들지 못한 내 눈감은 영토 안에서도
진작부터 오로지 사랑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사랑의 향기가
물안개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2005년 07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