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고 낮은 읊조림

읊조림(예순 일곱) - 이희숙

by 시인촌 2005. 7. 15.

혼자 있는 시간, 우리말인 한글을 처음 배워 깨우치는 어린이 마냥 
내 이름 석 자를 조각하듯 정성 들여 또박또박 써내려 가는 걸 즐기곤 하는데 
그 시간만큼은 아무런 상념도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으니  
그 시간만큼 나를 단순하게 하고 담담하게 하는 순간도 드물다.
그러한 때, 나는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고 
나 자신 최고의 권력자가 된 듯 마냥 가슴이 벅차다.
누군가는 이런 내가 의아하다 못해 
참 별일도 많다고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내 이름인 ‘이희숙’을 영어 이니셜로 써 놓고 
내가 좋아하는 단어나 의미를 붙여 
나름의 철학적인 요소를 가미한 완성품을 본다면
그제야 왜 내가 이런 놀이를 즐기는지 아하 하고 무릎을 탁 칠 것이다.

음력 나이(1963년 11월 22일)로는 마흔셋, 
태어난 나이(1964년 1월 6일)로는 마흔둘, 
호적상 나이(1964년 12월)로는 이제 겨우 만 마흔을 넘긴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가만히 걸어온 자국들을 되짚어 과거로 회향해보니 
특이하게도 영어 알파벳 H와 S 그리고 J와의 인연이 깊다. 
그중에서 특히 S와는 누가 뭐래도 더 그렇다. 
사랑하는 가족 모두 이름 속에 S가 들어있다는 건 그렇다 하더라도 
어쩌다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는 사이에서도 어김없이 
영어 알파벳 S가 성이나 이름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부터 괜스레 영어 알파벳 S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게 S는 단순한 이니셜로서 끝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런 의미를 부여한다는 게 생소하기도 하고 
싱거운 장난 같아 보여 별 싱거운 사람도 다 있겠다 싶겠지만
적어도 내게 영문 S는 삶과 사랑에 있어서 성공을 의미한다.
물론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내 멋대로 식 결론이긴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L) - love [lv] n. 사랑
희(H) - hope [houp] n. 희망  
숙(S) - success [skses] n. 성공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식의 내 멋대로 식 철학이지만 
마흔을 넘긴 지금까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누구처럼 우울해하거나 절망적이라든가 혹은 두렵다는 생각 대신에 
언제나 삶은 내 편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그런 덕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껏 내가 그린 인생의 밑그림을 
크게 수정을 봐야 한다거나 포기해야 하는 일은 없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사랑하는 마음과 뭐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만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바라는 성공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성공을 꿈꾸는 각도와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말이다. 
2005년 06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