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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학 개론

뭐든 미쳐야 성공 한다 - 이희숙

by 시인촌 2005. 9. 12.

한때 나는 사랑 때문에 아주 미쳐있었다. 위로 오빠와 언니가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스물일곱의 나이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결혼을 하고 싶다거나 내 자신이 결혼할 적령기가 되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스물일곱 그 해 여름, 거짓말 같이 내 마음으로 들어온 한 남자로 인해...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찾아온 사랑은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나를 열정적인 여자로 만들었다. 

 

그 남자를 만나기 이전, 솔직히 나 좋다고 따라다닌 사람은 있었지만 연인이라 부르기에는 가슴으로 느끼는 언어가 부족해 만나는 동안 내 남자로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1% 부족하다는 생각을 항상 가슴과 머릿속에서 명쾌하게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참으로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내 짝으로 마침표를 찍기에는 머뭇거리게 만들고 남 주기에는 왠지 빛나 보이는,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나아질 기미가 없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습관처럼 만남을 유지해왔으니 말이다.

 

그런 나에게도 운명의 짝은 따로 있었는지 서로를 탐색할 기회도 별로 없었던 어느 날 내 마음 안으로 쏙 들어온 그 남자로 인해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지극히 보수적이고 필요이상으로 타인의 시선에 신경 써왔던 생각과 행동에서 많이 자유로워진 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사랑은 나를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그야말로 딱 내 스타일인 그 남자로 인해 난생 처음 결혼이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사랑을 하면 눈에 콩깍지가 쓰인다는 말은 그 당시 나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무작정 그가 좋았다. 짙은 눈썹, 커다란 눈, 또렷한 입술, 적당히 선 콧날, 부드러운 서울 말씨에 상냥하기까지 한 그가 아이처럼 해맑게 웃을 때는 정말이지 이 세상 어느 남자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으로 보였다. 물론 밖으로 드러나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그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니었다. 만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쌓이는 신뢰와 그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 자기 여자만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지켜줄 것 같은 느낌, 아무튼 그 남자에게서 발견한 장점은 많은 여성들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한번쯤 고민에 빠져들게 하는 맏이라는 위치도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로 인해 집안이 가난하다는 것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나를 빠져들게 했다. 마음에 들어오는 그 사람이 내 사랑이라는 확신이 서는 순간, 사랑이 다가올 때까지 머뭇거릴 시간이 내게는 없었다. 그만큼 그 남자를 만나기 이전까지는 친구가 아닌 남자로 느껴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증거일수도 있겠지만 기다리다 떠난 버스 놓치고 후회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 남자를 내 남자로 만들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생각에 자존심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센 내가 오직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그 당시 나와 비슷한 상황인 애인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하고 친구라고 말하기엔 가까운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자존심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나를 기억하게 하고 느끼게 한 덕분에 나라는 존재는 지금까지 그 남자 인생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아내요, 두 아이의 어머니요, 운명이 되었다.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먼저 주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겠지만 사랑에 있어서도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며 노력 없는 사랑은 언젠가는 시들게 마련이라는 평범한 교훈을 기억하게 한다. 생각해 보라. 화병에 꽂힌 꽃에 누군가 물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그 꽃은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갈 것이고 마침내 화려한 꽃의 자취는 사라지고 초라한 모습으로 남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끊임없는 관심과 이해가 없는 사랑은 어느 순간 시들해지는 꽃잎처럼 지고 말 것이다. 사랑은 어느 날 하늘에서 꽃비처럼 내려와 주지도 온천물처럼 땅에서 솟아나지도 않는다. 노력 없는 사랑은 시한부 말기 암환자와도 같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당신이라면 사랑에 미쳐야한다. 여기서 내가 표현하는 미쳐야 한다는 의미는 열정을 대신할 수 있는 말이지 독약과 같은 집착을 이야기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공부에 미친 사람 공부로 성공하고 일에 미친 사람 일로 성공하듯이 사랑에 미치지 않으면 사랑에 성공할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여자는 자신이 원하는 상대를 선택하기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선택할 때 결혼생활이 훨씬 더 편안하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여, 나는 사랑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제일 먼저 하고 싶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에 더 열심히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마찬가지다. 한시도 마음을 뗄 수 없는 자석 같은 끌림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만나거든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에 시작도 하기 전에 망설이다 영영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좋아서 하는 일을 하듯 적극적인 자세로 그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불을 지펴라.

 

기회는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저만치 달아나는 파랑새와 같다. 진실로 그 사람이 내 사람이다 싶으면 거짓이 아닌 진실 된 마음으로 마음껏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라. 어느 순간 상대도 똑 같은 마음이 되어 그대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말처럼 쉬우면 사랑 때문에 슬프고 아픈 사람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가 제대로 된 운명을 만나 자식 낳고 살기까지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경험해야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도 사랑하는 마음이 시들해지면 이혼이라는 별리를 선택하는 현실이고 보면 사랑은 끊임없이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듯 보인다.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고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은 결국 서로가 잘 해야 한다는 말인데 사랑은 수직이 아닌 평행으로 달려야하며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골격 위에 세워진 사랑이라 할지라도 배려와 이해, 더 나아가 정신적인 측면만 강조하고 몸 사랑을 하찮게 생각한다면 그 사랑 역시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고백하는데 결혼을 하고 십 수 년을 살아오는 동안 처녀시절 정신적인 사랑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생각은 말 그대로 환상임을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청춘 남녀가 짧은 만남으로는 부족해 함께 있고 싶어서 결혼을 선택한,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몸의 언어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뭐든 미쳐야 성공 한다’는 제목의 글을 써 내려가면서 정신적인 언어 이외에도 그 어떤 말도 필요 없는 몸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만큼 만족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몸의 언어를 제외하고 행복한 사랑을 논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의 배경에는 내 나이가 이미 몸 사랑을 이야기하기에 덜 어색한 나이가 되었다는 증거겠지만 아무튼 선택한 사랑에 후회하지 않을 주인공으로 남고 싶다면 마음을 다해 자신의 사랑에 집중하고 미쳐라 하는 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사랑은 미치지 않고서는 그 어떤 행운도 원하는 만큼의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라. 아름다운 사랑의 유통기한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 자신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반쯤 사랑에 미친 사람이요, 성공한 사랑의 길목에 접어든 사람이다.

 

 

 

 

2005년 09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