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0 : 내 사랑 미범
그대 사랑하는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어떤 식으로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여, 평소에 편지지나 원고지에 내 정성을 담아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을 전하던 것과 달리 오늘은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평소 내 마음을 느끼는 그대로 글로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씁니다. 평소 사업상 필요한 정보와 여행정보 이외에는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 우는 인터넷 생활로부터 거리가 먼 당신이기에 어쩌면 이 편지를 당신이 보게 될 즈음이면 많은 시간이 흘러 몇 년 후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내 마음 가득 당신을 향한 차오르는 사랑의 힘으로 두서없는 글을 씁니다.
그리운 당신, 내 그대 사랑하는 마음을 무엇에 비유 할 수 있겠는지요. 1989년 8월 3일, 당신을 처음 만나던 그 순간과 1991년 4월 14일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을 공표 하던 결혼식 날이 보고 또 봐도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자동영상처럼 머리와 가슴을 휘감고 이내 온몸으로 퍼져 오릅니다. 불혹의 나이에 선 지금도 당신이라는 사람을 생각만 해도 얼마나 설레는지,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할때도 얼마나 내가 신나하는지 당신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을 줄 압니다만 당신이라는 사람은 보고만 있어도 그저 내 가슴이 따스해지는 사람임을, 아니 그 이상이란 것을 당신이 알기나 한지... 이러는 날 보고 친구들은 남편 중독증이라고 부르지만 그 말이 싫기는커녕 듣기에 따라 사랑스럽다는 생각까지 하는 나이고 보면 정말 친구들 말대로 난 당신에게 푹 빠진 사람인가 봅니다.
당신이라는 사람, 내 사람이지만 참으로 곱고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만나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감칠맛 나는 사람이 당신이라는 사실을 해를 더할수록 더 더욱 새록새록 느끼니 난 참으로 행복한 여인입니다. 당신을 만나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난 당신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마음의 평화가 어떻게 찾아오는지 혹은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에 대해서...
아, 그리운 당신!
당신처럼 어여쁜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결혼 전, 사업에 실패한 가난한 부모님을 위해서 모아 놓은 전 재산(?)을 부모님께 다 부쳐 드리고도 불편해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던 당신은 물질적으로는 참으로 가난한 사람이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너무도 부자라서 나처럼 현실에 민감한 사람은 감히 뭐라고 할 말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또렷이 남는 그 때 그 순간의 일들이 엊그제 일처럼 정겹게 느껴집니다. 당신의 전 재산이 십 육 만원 밖에 없다며 조금은 미안한 듯 혹은 부끄러운 듯 나직한 목소리로 살며시 내게 건 낼 때 왜 그렇게 그 돈이 많아 보였던지... 당신이 내게 건 낸 그 소중한 돈은 당신의 속옷이랑 양말 등을 사는데 사용했지만 그 순간 착한 당신의 더운 체온이 너무도 예뻐서 내가 오히려 미안해지더군요.
아시지요?
내가 왜? 가난한 당신을 일평생 동반자로 선택했는지를... 당신의 말과 행동 속에서 넘쳐 나는 에너지는 삶 속에서 말로 다 설명 할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었습니다. 그 느낌이 너무도 좋고 믿음직스러워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다들 걱정을 했지요. 살아가는 것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면서 좀 더 가진 게 있는 사람을 선택하지 그랬느냐고 말했지요.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이 알다시피 그 당시 우리 형제들과 친척들은 모두들 사는 형편이 괜찮은 편에 속했지요. 하지만 당신을 가족들과 친척들에게 인사시켜 준 그 날 이후부터는 어느 누구의 입에서도 가진 게 없어서 너 고생하겠다든지 혹은 가진 게 있는 사람한테 시집가지 하는 그런 말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요. 한마디로 당신이라는 사람은 신뢰를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이라는 사람을 사랑하여 부부라는 이름으로 만나 생활인으로서 살아오는 동안 당신을 제대로 알아 본 내 선택이 지금껏 고맙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당신이란 걸 알고 있는 나는 당신 마음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감,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성실성, 배짱, 용기, 신뢰, 정, 등 셀 수 없이 많은 에너지가 당신 몸 구석구석에서 뻗쳐 나와 당신 입을 통해 나온 말이 행동으로 현실 속에서 하나 둘 좋은 열매로 결실을 맺는 것을 지켜 본 산 증인입니다.
처음처럼 늘 한결 같은 사람이 당신 말고 또 누가 있겠느냐고 할 만큼 당신의 입을 통해서 나온 말은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당신이라는 걸, 말과 행동이 하나의 무늬를 이루어 더 아름다운 당신, 당신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마음의 부자입니다. 그 옛날, 가난한 청년은 이제 더 이상 가난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부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척도는 다르지만 아침이면 새들이 우리 집 나무 위에서 지저귀고 창문을 열면 앞산에서 날아드는 아카시아향기가 코끝을 간지럽게 하고 정원 가득 피어 있는 갖가지 꽃과 나무,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컨셉으로 잡은 화이트 & 체리가 잘 어울리는 이 집을 당신의 정성과 사랑을 담아 내 명의로 선물로 주었을 때 너무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늘 받기만 한 것 같아서...
나는 이 집이 우리 네 식구가 살기에 과분해서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건축 설계하시는 분이 살려고 직접 지은 집이라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내가 영어 Z를 연상시키는 구조로 되어있어 주변의 다른 집들과 조금은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는 우리 집은 북쪽 도로에서 보면 3층 높이의 규모지만 안으로 들어와 보면 분명 5층으로 되어 있는 집이지요. 주변 사람들에게 네 식구가 살기에 너무 많은 층수라 괜히 미안해서 3층이라 얼버무렸지만 담 아래 차 세울 곳이 많아서 실내주차장을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아래 집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변경해 주차장 대신 사무실로 쓰기로 한 공간을 제외하고도 우리가족이 사용 할 공간이 4층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종종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하루가 언제 금방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내 시간과 정성을 많이 필요로 하는 집이지만 운동하는 느낌으로 아주 즐겁게 집안 구석구석을 살핍니다. 이 모두가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내 바람을 당신이 지켜주고 확인시켜 준 사랑이란 걸 알지만 사실은 물질적인 것보다도 평소 당신이라는 사람이 내게 보여 준 행동 하나 하나를 더 아끼며 사랑합니다.
설거지하는 내 옆에 가만 가만 와서는 말없이 냉장고를 닦아주던 사람이 바로 당신이요, 아내의 구두와 가방을 닦아주는 사람 역시 당신이란 사실을, 도로에 나설 때 혹여 라도 내가 다칠까 염려되어 팔로 감싸주거나 혹은 당신이 차도 쪽으로 서고 육류를 좋아하는 당신은 고기를 별로 즐기지 않는 나를 위해 갈비찜 하기 전 고기 손질하는 것도 싫은 내색 한 번 않고 오히려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듬어주는 사람이 당신이란 걸 내가 어찌 잊을 수 있겠는지요. 장점이 너무도 많은 사람이 당신이라서 일일이 다 말 할 수는 없어도 언젠가 결혼기념일 날 당신이 내게 준 선물은 돈으로 절대 환산 할 수 없는 감동의 물결이었습니다. 남편으로서 아내의 용돈을 평생 늙어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힘으로 챙겨 주고 싶어 한 당신은 내 나이 오십이 되는 그 날부터 이 세상을 등지는 그날까지 매달 사회 초년생 한 사람 월급만큼 받을 수 있게 준비를 해 두었지요. 훗날 자식들이 주는 용돈은 특별 보너스로 쓰면 된다던 당신,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기에 행복한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내 꿈을 온전히 접지 못해 아이들이 좀 더 자란 후 지금 보다 더 나은 경제력을 가지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러 떠날 꿈을 버리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철이 없지요.
어제 당신이 그랬지요. 나처럼 까다로운 사람, 당신 아닌 어느 누구도 제대로 맞춰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맞아요. 당신의 그 말에 그렇다고 명쾌하게 대답한 나였지만 정말로 당신이라는 사람은 늘 내게 감동을 전해 주는 사람이란 걸 단 한순간도 잊은 적 없습니다. 한 호흡 한 호흡 당신이 나와 함께 하고 있어서 내가 이리도 평온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그 보이지 않는 이면에는 당신의 성실성과 당신의 정직함이 있어 더 빛난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은 참으로 내게 과분한 사람입니다. 당신을 그 누군가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을 주겠느냐고 한다면 난 주저 없이 99점을 드리겠습니다. 1점은 죽는 그날까지 당신이 나와 아이들에게 채워나가야 할 사랑이고 정성이기에 1점은 여백처럼 남겨두려고 합니다. 그런 당신에 비해 나라는 여자는 많이 모자랍니다. 집안 일 잘하고 아이들 잘 키우는 것 이외에는 내 자신을 위한 욕심이 아직도 많은, 하여, 난 내 자신의 점수를 매길 수가 없습니다. 당신과 아이들을 위해서 평생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기에...
아, 보고픈 사람!
당신은 함께 있어도 늘 그리운 내 사랑입니다.
내 사람, 내 사랑 미범!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하얀 집이 잘 어울리는 새 집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희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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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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