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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바로 나였으면 - 이희숙

by 시인촌 2004. 2. 11.

가슴에서 부는 바람을 따라
무작정 걷다보니 
어느 순간 당신이 옆에 있었어요
정말 우연이었어요
당신을 바라 본 게
아니, 아닌가 봐요
당신과 나의 정해진 운명이  
서로를 마주 바라보게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그럴 거예요
틀림없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당신 가슴이 주최가 되어 마련한 사랑의 행사에
내가 귀빈으로 초대될 리가 없지요
이번 사랑의 행사에 
초대된 손님은 나뿐이라고 했던가요
그동안 당신 삶을 들끓게 했던 사랑의 행사
몇 번이나 개최했는지 모르지만 
근원을 알 수 없는 당신 고독의 뿌리 
하얀 그리움을 치유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였으면 해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별이 뜻밖의 현실이 되듯
사랑도 어느 순간 
우연히 진행된다는 것을 
초대해준 당신이 이미 알고 있다면
나는 당신 손님이 아니라 
당신 삶을 밝게 비춰주는 
사랑스런 거울이 될 수 있어요 
당신 삶을 들끓게 했던 사랑의 행사
성황리에 막을 내리게 할 주인공이 
바로 나였으면 좋겠어요 
당신 삶 속에 
이미 사랑이란 이름의 뿌리를 깊게 내린 
바로 나였으면... 
 
2003년 02월 11일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