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S그룹 재단이 운영하는 노블카운티로의 초대를 받고 어제 월요일, 아이들은 친정 고모님을 우리 집에 오시라고 부탁해놓고 이틀동안 먹을 반찬이랑 국, 찌개 등을 장만해 놓고 오랜만에 남편과 단둘이 그곳으로 가을나들이를 했다. 우리가 하룻밤 묵은 그곳 노블카운티는 한마디로 상류층사회의 사람들을 위해 지어진 최상의 실버타운인데 이제 갓 사십을 넘긴 우리 부부가 그곳으로 초대된 이유는 먼 훗날 그곳에 들어 올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부류에 속해 있다는 나름의 선발 이유에서였다는데 도착해서 이곳저곳의 시설을 둘러보기 전 중산층이라고 믿고 사는 나 같은 사람에게 있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그 곳의 사용료는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수준이었다.
평수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는 월 생활비는 1인 기준으로 일 백 삼 십 만원, 부부일 때는 이 백 만원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우리부부가 예상한 금액과 그리 큰 차이가 없어 그 정도면 하고 수긍을 했지만 막연히 그곳 입주 시 보증금이 3억 정도일거라 예상했던 내 생각은 4억을 훨씬 더 웃돌아 비싸다 라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와 그 동안 남편 말대로 나라는 사람이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아주 가끔 세상 물정 모르는 아내를 위해서 자기가 챙겨주어야 할 일이 많다며 세상과 우리가 속해 있는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지혜롭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내게 훈련시키듯 주지시키는 남편도 보증금이 무려 10억을 호가하는 72평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실 우리 부부가 한 주의 시작인 첫 날 월요일에 그곳을 찾게 된 까닭은 아이들 걱정 없이 단둘이 오랜만에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평소 노후생활에 관심이 많은 이유도 한 몫 했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먼 시간의 일들이지만 먼 훗날 우리부부가 실버세대가 될 때 이번 기회처럼 비록 짧은 1박 2일의 일정이지만 직접 보고 체험하여 알게 된 정보들이 모여서 실제로 실버타운에 입주하고자 할 때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있듯이 분명 도움은 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게다가 하룻밤 숙박비용이 오 십 만원상당이라는 게스트 룸(guest room)에서 무료 숙박은 기본이고 당일 저녁식사와 다음날 아침, 점심 모두 무료로 제공되며 무엇보다도 1박2일 동안 체크아웃 하기 전까지 그곳 시설을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 부부를 그곳으로 가게 하였다.
간사한 게 인간이라고 했던가? 좀 전의 충격도 잠시, 노블카운티의 전용회원은 365일 무료로 사용 할 수 있다는 각종스포츠시설, 이를테면 골프, 테니스, 수영, 헬스, 사우나, 체련장, 스쿼시 등의 시설을 돌아보고 사용해 보고 난 뒤 그 만큼의 돈을 투자하고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며, 노래방 시설, 인터넷 방, 은행, 증권 등 한 곳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문화와 스포츠, 건강이 함께 어우러진 그곳에서는 우리가 간 그 날 저녁 7시, 음악 감상 실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호두까끼인형’이 감상 곡으로 준비되어 있었지만 저녁 식사시간을 미리 7시로 예약을 해 두었기에 감상의 기회는 놓치고 말았다.
상주하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그곳 시설을 둘러 본 느낌은 대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으며 S의료원과 조인을 맺고 의사와 간호사가 항상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노환으로 힘든 실버세대들에게 문화와 스포츠 등 여가시간을 다양하게 이용 할 수 있게 배려한 여러 가지 시설도 좋았지만 주고객 층이 말 그대로 실버세대들이기에 각종 스포츠시설이라든지 문화시설을 제대로 온전히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과 연세가 많이 드신 분들이라서 그런지 식당을 비롯한 어느 장소에서 만나도 너무 조용하다는 점이 안타깝게 했다. 이런 분위기를 이완시키기 위해서 그곳에 있는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를 일반회원에게도 공개를 하고 있다는 재단 측의 설명은 있었지만 그곳에 입주하는 사람들의 연령을 오 십대로 낮추면 훨씬 더 활기차고 실제로 그곳에 있는 편의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남편과 오랜 시간 이야기 나누었다.
건강과 관련된 재활프로그램과 시설이용은 물론이고 집안 여러 군데 부착된 응급비상벨이 자신의 건강을 어느 정도 관리 할 수 있다는 안도감, 그 밖의 집안 곳곳에 턱을 없애 노인들이 생활하기에 편리하게 한 점과 세탁이며 청소, 식사까지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집안에 설치 된 할로겐 조리대 역시 조리가 끝났음을 알리는 음성서비스와 타이머까지 부착되었으니 그야말로 최첨단의 시설을 갖춘 공간에서 안전함과 쾌적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노블카운티(Noble County)라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몇 시간을 보내자 남편과 나는 마치 오래 전부터 거주하고 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익숙한 솜씨로 통로연결 문을 보안카드로 열고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찾아다녔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보안시설이 철저한 이곳을 움직일 때마다 나가야 하는 통로와 들어가야 하는 통로를 잘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그곳은 언뜻 보기에는 미로처럼 보였지만 모든 게 입주자 위주의 최첨단 시설을 갖춘 최상의 휴양시설이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실버타운이었다.
어둠이 빨리 찾아들어 도심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산 속에 위치한 그곳 주변 풍경, 특히 먼 듯 가까이 바라다 보이는 호수며 산책로가 마음에 들어 새벽에 일어나서 남편과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좋은 시간을 보내야지 했는데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해 보이지도 않더니 급기야 비가 내려 산책은커녕 주변에 있는 관광지 하나도 돌아보지 못하고 아침을 먹고 일찍 대구로 향했다.
언제부터라고 꼭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편리함과 안락함에 물들어 그러한 것들의 중심에 서서 내 스스로 즐기고 있었지만 나는 매순간 내가 누구의 아내이며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솔직히 나라는 여자는 나 혼자로서 존재 할 때보다 누구의 아내이며 누구의 엄마로서 존재 할 때가 더 빛나는 사람이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이름은 내 삶 깊숙이 호흡하고 있다. 내게 함께 라는 삶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내 남자의 숨소리가 이 글을 쓰는 사색의 방까지 들린다. 나를 찾는 무언의 호출... 이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가고 있다.
2003년 11월 11일 - 喜也 李姬淑
평수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는 월 생활비는 1인 기준으로 일 백 삼 십 만원, 부부일 때는 이 백 만원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우리부부가 예상한 금액과 그리 큰 차이가 없어 그 정도면 하고 수긍을 했지만 막연히 그곳 입주 시 보증금이 3억 정도일거라 예상했던 내 생각은 4억을 훨씬 더 웃돌아 비싸다 라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와 그 동안 남편 말대로 나라는 사람이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아주 가끔 세상 물정 모르는 아내를 위해서 자기가 챙겨주어야 할 일이 많다며 세상과 우리가 속해 있는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지혜롭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내게 훈련시키듯 주지시키는 남편도 보증금이 무려 10억을 호가하는 72평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실 우리 부부가 한 주의 시작인 첫 날 월요일에 그곳을 찾게 된 까닭은 아이들 걱정 없이 단둘이 오랜만에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평소 노후생활에 관심이 많은 이유도 한 몫 했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먼 시간의 일들이지만 먼 훗날 우리부부가 실버세대가 될 때 이번 기회처럼 비록 짧은 1박 2일의 일정이지만 직접 보고 체험하여 알게 된 정보들이 모여서 실제로 실버타운에 입주하고자 할 때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있듯이 분명 도움은 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게다가 하룻밤 숙박비용이 오 십 만원상당이라는 게스트 룸(guest room)에서 무료 숙박은 기본이고 당일 저녁식사와 다음날 아침, 점심 모두 무료로 제공되며 무엇보다도 1박2일 동안 체크아웃 하기 전까지 그곳 시설을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 부부를 그곳으로 가게 하였다.
간사한 게 인간이라고 했던가? 좀 전의 충격도 잠시, 노블카운티의 전용회원은 365일 무료로 사용 할 수 있다는 각종스포츠시설, 이를테면 골프, 테니스, 수영, 헬스, 사우나, 체련장, 스쿼시 등의 시설을 돌아보고 사용해 보고 난 뒤 그 만큼의 돈을 투자하고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며, 노래방 시설, 인터넷 방, 은행, 증권 등 한 곳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문화와 스포츠, 건강이 함께 어우러진 그곳에서는 우리가 간 그 날 저녁 7시, 음악 감상 실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호두까끼인형’이 감상 곡으로 준비되어 있었지만 저녁 식사시간을 미리 7시로 예약을 해 두었기에 감상의 기회는 놓치고 말았다.
상주하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그곳 시설을 둘러 본 느낌은 대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으며 S의료원과 조인을 맺고 의사와 간호사가 항상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노환으로 힘든 실버세대들에게 문화와 스포츠 등 여가시간을 다양하게 이용 할 수 있게 배려한 여러 가지 시설도 좋았지만 주고객 층이 말 그대로 실버세대들이기에 각종 스포츠시설이라든지 문화시설을 제대로 온전히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과 연세가 많이 드신 분들이라서 그런지 식당을 비롯한 어느 장소에서 만나도 너무 조용하다는 점이 안타깝게 했다. 이런 분위기를 이완시키기 위해서 그곳에 있는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를 일반회원에게도 공개를 하고 있다는 재단 측의 설명은 있었지만 그곳에 입주하는 사람들의 연령을 오 십대로 낮추면 훨씬 더 활기차고 실제로 그곳에 있는 편의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남편과 오랜 시간 이야기 나누었다.
건강과 관련된 재활프로그램과 시설이용은 물론이고 집안 여러 군데 부착된 응급비상벨이 자신의 건강을 어느 정도 관리 할 수 있다는 안도감, 그 밖의 집안 곳곳에 턱을 없애 노인들이 생활하기에 편리하게 한 점과 세탁이며 청소, 식사까지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집안에 설치 된 할로겐 조리대 역시 조리가 끝났음을 알리는 음성서비스와 타이머까지 부착되었으니 그야말로 최첨단의 시설을 갖춘 공간에서 안전함과 쾌적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노블카운티(Noble County)라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몇 시간을 보내자 남편과 나는 마치 오래 전부터 거주하고 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익숙한 솜씨로 통로연결 문을 보안카드로 열고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찾아다녔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보안시설이 철저한 이곳을 움직일 때마다 나가야 하는 통로와 들어가야 하는 통로를 잘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그곳은 언뜻 보기에는 미로처럼 보였지만 모든 게 입주자 위주의 최첨단 시설을 갖춘 최상의 휴양시설이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실버타운이었다.
어둠이 빨리 찾아들어 도심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산 속에 위치한 그곳 주변 풍경, 특히 먼 듯 가까이 바라다 보이는 호수며 산책로가 마음에 들어 새벽에 일어나서 남편과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좋은 시간을 보내야지 했는데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해 보이지도 않더니 급기야 비가 내려 산책은커녕 주변에 있는 관광지 하나도 돌아보지 못하고 아침을 먹고 일찍 대구로 향했다.
언제부터라고 꼭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편리함과 안락함에 물들어 그러한 것들의 중심에 서서 내 스스로 즐기고 있었지만 나는 매순간 내가 누구의 아내이며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솔직히 나라는 여자는 나 혼자로서 존재 할 때보다 누구의 아내이며 누구의 엄마로서 존재 할 때가 더 빛나는 사람이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이름은 내 삶 깊숙이 호흡하고 있다. 내게 함께 라는 삶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내 남자의 숨소리가 이 글을 쓰는 사색의 방까지 들린다. 나를 찾는 무언의 호출... 이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가고 있다.
2003년 11월 11일 - 喜也 李姬淑
'사과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하나 밖에 없는 당신이라는 이름의 명품 - 이희숙 (0) | 2004.02.14 |
---|---|
추억속으로 (가족사진 열 한 컷) - 이희숙 (0) | 2004.02.13 |
팔불출 엄마의 독백 (0) | 2004.01.31 |
편지( Re: 흐린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0) | 2004.01.27 |
딸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 이희숙 (0) | 2004.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