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난 내가 원하면 어디든 원하는 방향으로 날 수 있고
원하면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이상의 날개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마음속 이상의 날개는 보이지 않게
아주 느릿느릿 조금씩 날개를 접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아주 미세해서
언제까지나 내 마음 안에 나를 키워 가는 이상의 날개가
늘 처음처럼 그렇게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입추가 지난 오늘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내 안에 있는 용기를 점검해보니 우습게도 날개 한쪽이
그리움이라는 추억 덩어리로 가득 채워져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날아야 할 때 추락해야 하는 것은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과 애틋한 사랑도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남남처럼 살아가는 이치와 그리 별 차이가 없을 듯싶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삶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느 날 이런저런 이유로 추락해야 한다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기억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꼭 그럴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추락하는 모든 것은 추억해야 할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순전히 이건 내 생각이지만.
2001년 08월 08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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