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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감성적인 것들에 이유를 달다 - 이희숙

by 시인촌 2004. 2. 24.
    
운명이란
요구하지 않아도 가슴이 먼저 알아차리는 것 
사랑이란
같은 온도 같은 거리에서 서로 마주 바라보는 것
정이란
주어도 넘치지 않고 퍼내어도 모자라지 않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우물 같은 것 
행복이란
몸과 마음에 기쁨이 저절로 스며드는 것 
기다림이란 
내일이 있어 따스한 것 
그리움이란 
자동 영상처럼 그 누군가 자꾸만 생각나는 것 
슬픔이란 
가만히 있어도 울컥하는 것 
고통이란
원하지 않아도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을 멀리할 수 없는 것  
이별이란 
그 누군가에게 나를 더 이상 확인시켜 줄 수 없는 것 
추억이란
한잔의 슬픔과 두 잔의 기쁨으로 만든 
칵테일 속에 어리는 풍경 같은 것  
    
2003년 10월 01일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