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인구 중에 반은 여자고 반은 남자라는 여자와 남자사이는 멀고도 가까운 사이다. 끌리는 상대에게는 온몸을 다해 당기고 끌리지 않는 상대에게는 한없이 밀어내는, 마치 자석이 지닌 성질과도 같다. 이 둘 사이에는 은밀한 적과의 동침 같은 짜릿함도 숨어 있고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 같은 어려움도 있고 알면 알수록 신비스러운 일도 많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결혼이라면 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2004년작 영화 제목 중에 ‘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라는 제목이 있었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영화는 생각하는 의도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될 수 있는 페미니즘영화이다. 오늘 나는 페미니즘[feminism]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영화제목을 끌어들인 건 아니다. 순전히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글감에 맛있는 소스처럼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영화제목을 양념으로 사용했을 뿐.
결혼이라는 생각을 골똘하게 생각해본 적 없던 처녀시절에도 그랬고 한 남자에게 마음을 사로잡혀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도 그랬고 결혼 15년 차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여자와 남자를 바라보는 내 시각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는 건 ‘ 여자와 남자는 서로에게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된 배경에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되었지만 무엇보다 한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슴으로 느끼는 나이가 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잘산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성공을 꿈꾸는 사람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가난한 사람, 부자인 사람 가릴 것 없이 저마다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잘먹고 잘살기 위한 꿈은 우리말로 ‘ 참살이 ’라고 번역되어 사용하기도 하는, 2003년부터 우리나라에 바람이 불기 시작한 웰빙(Well-being)의 사전적 의미인 ‘ 복지. 안녕. 행복 ’을 기본 바탕으로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살고 싶다는 웰빙 문화로도 충분히 이야기 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잘먹고 잘살기 위한 밑그림에는 남녀간의 사랑이든, 부모자식간의 사랑이든, 사회와 국가를 위한 사랑이든, 더 나아가 인류를 위한 사랑이든 간에 사랑이 땅이 되고 땅을 기름지게 하는 거름이 되고 씨앗이 되어야한다는 이야기에 더 힘을 싣고자 한다.
사람마다 사랑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모습들이 다르겠지만 사랑은 누가 뭐라고 해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당당하고 아름답다. 여기서 ‘ 주고받는 관계 ’라 표현함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준다는 뜻도 있지만 자신이 선택한 사랑에 책임을 질 줄 아는 마음과 지나온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신적인 독립을 일컬음이다. 그만큼 사랑은 현실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즈음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대목은 현실을 등한시한 채 지나간 과거에 발목이 잡힌 사람의 삶의 모습과 현실을 무시한 채 미래만 생각하는 모순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서 과연 현재의 기쁨과 미래의 꿈을 발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매순간은 아니어도 더러 행복하다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힘도,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열정도, 자신 앞에 펼쳐진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며 자신의 사랑에 책임을 질 때 가능한 것임을 삶과 사랑, 사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책임이라는 말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 맛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자신의 사랑에 책임을 져라. ’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과 상대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가운데...
잊지 마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 두 번 다시 오지 않기에 더없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데 평생을 소비하는 이도 그대자신이고 일찍부터 황금빛 수를 놓는 이도 그대 자신이라는 사실을, 또한 맛있는 인생을 살기 위한 중심에는 당신의 가치를 높이는 사랑, 용기, 이해, 배려, 책임, 노력 등의 많은 것들이 그림자처럼 뒤따른다는 것을...
맛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당신은 어느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람이며 자신의 사랑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다. 그 노력으로 오늘 그대 행복의 밥을 짓고 미래를 위한 꿈을 저축하라. 그리하여 정말 잘 먹고 잘사는, 인생 최고의 특권을 누려라.
2005년 12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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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페미니즘[feminism]
(‘여성’이라는 뜻의 라틴어 femina에서 유래)
남녀는 평등하며 본질적으로 가치가 동등하다는 이념.
1960년대부터 현대의 페미니즘을 지칭해
‘여성해방운동’이라는 용어로 대체되어 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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