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안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감정들이 존재하고 있다.
두려움과 불안, 기쁨과 슬픔, 분노, 성공과 실패, 사랑과 증오......
마음은 원래 표현하고 행동하는 사람 자신의 것이어야 하는데
때때로 다른 이의 것처럼 아주 낯설 때가 있다.
그 낯설음은 간혹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상실하게 하기도 하고 그 상실감의 확대는
곧 다른 이에게까지 전위 될 수도 있음을 우리 모두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요소는 말하는 입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사람들은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감동시켜야 하는 마음이
간혹 뜻하지 않은 곳에서 여기저기 충돌을 일으켜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아주 쉽게 이해되어지는 것들도
어느 순간 이해와 갈등사이에서 스스로에게까지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글 쓰는 일이 조금은 부자유스러워졌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가 다른 이에게 어떤 빛깔과 느낌으로 다가갈지
내심 걱정하게 되는, 그러다 보니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나만의 향기가
점점 다른 형태로 변화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지혜는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얼마나 공감하며 잘 들어주는가에 달렸는데
그것은 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너무도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나라는 사람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를 살펴보면 국어에도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나뉘어져 있다.
연령, 성별, 직업, 환경 등 많은 요소를 제외하고도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 속에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기본에 충실하다면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말이 행동으로 쉽게 표출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듣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되지만
나 역시 사람인지라 그 누군가의 말을 제대로 듣고 이해해주기 보다 때때로 내 입장을 더 많이 전달하지 않았나 싶다.
자신의 입장만 전달하다 보면 들어주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서
어느 순간 벽을 느끼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은 말과 행동하나 하나에 자유보다는
책임이 뒤따라야 함을 알면서도 나만 편하면 그만이지 하는 식의 이기주의가
이 사회에 더 많이 퍼져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본다.
오늘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기본에 제대로 충실하지 못한 이유로
글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을 반성하고
생각은 자유롭게, 행동은 깔끔하게 라는 디지털시대에 걸맞게
나를 의연하게 표현하고 그 표현하는 것들 속에 책임도 함께 따라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며
진정 무엇을 위해 말하고 행동하고 느껴야 하는지 나를 다독이며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처럼 마음 한 구석 무거운 날에는 하루쯤
볼 수 없는, 들을 수 없는, 말 할 수 없는 시간 속에 갇혀 침묵하고 싶다.
첨단시대에는 침묵이 결코 금이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오늘 나는 침묵하고 싶다.
아니 침묵을 해야 할 것 같다.
말하는 게 어렵고 듣는 게 어려운 순간이기에......
2003년 04월 22일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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