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웅크렸던 마음을 봄꽃이 활짝 피어있는 산이나 들녘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옮겨지는, 때는 바야흐로 봄이다. 봄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공원이나 이름 알려진 곳 어디에나 사람들의 물결과 차량의 행렬로 주말이면 도로가 그야말로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우리 가족 역시 상춘객 중에 단단한 한 몫을 하지만 무엇보다도 또래집단 간에 상호의사소통인 놀이문화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이유가 우리가족들로 하여금 여행에 눈을 돌리는 계기(契機)가 된 것 같다.
그러한 이유로 아이들이 아직 어린 탓에 박물관이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문화재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공원과 과학관 등 위주로 찾는 편이지만 그 고장의 특산물 혹은 지역의 특성을 잘 알아볼 수 있는 축제현장을 여행하는 것도 빠트리지 않는다. 여행을 하다 보면 하나의 풍경이나 한 점의 문화재 앞에서도 가족상호 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생겨 마땅한 놀이문화를 찾지 못한 데에서 생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생각들을 좀 더 부드럽게 와해시키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연령, 성별과 상관없이 놀이문화란 의, 식, 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놀이문화란 한 시대의 생활상과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대변해주는 척도가 되기에 개인, 단체, 성별, 연령에 따라 달라야 하고 목적의식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날이 변화되고 첨단화되어 가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우리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순수한 놀이문화를 찾기란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으며 설혹 제대로 된 놀이문화를 찾았다고 해도 함께 하는 이웃을 만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언젠가 아이들의 건전한 놀이문화를 위해서 내가 아는 몇 몇 사람들에게 어떤 제안을 했을 때 많은 부모들이 아직 어려서, 시간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어서 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조차 두려워하거나 기피를 했다. 아이들 교육에 일가견이 있다고 스스로 자부심마저 느끼는 사람들조차 아이들이 또래집단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기보다 부모의 선입견으로 아이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정하는 경우가 허다해 마음 한 구석 씁쓸하기 조차했다.
나들이 가는 곳곳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음주와 가무, 화투를 즐기는 사람들을 가끔 보는데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진정한 놀이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둔감한 편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세 명만 모여도 음주가무에 화투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잘 논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놀이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구체적으로 놀이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문화가 정착된다면 놀이가 단순히 만나서 먹고 떠들다 헤어지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 여가시간을 즐기는 재충전이란 깊은 뜻을 담고 있다는 것에 동의 할 것이다. 놀이도 교육이라는 생각과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에너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그 생각 너머 놀이든 여행이든 우선 즐거워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즐거운 놀이, 즐거운 여행... 둘 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정겨운 풍경이 있어야 하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어울려 나누는 아름다운 마음이 있어야 한다. 함께 하는 놀이문화가 아쉬운 요즘 나는 고민한다. 우리가족의 놀이문화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얼마나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생각으로 열려있는가에 대해서......
2003년 04월 16일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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