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 같지만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느끼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에게 있어서 시간은 견디기 힘들만큼 더디게 가지만
어떤 이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붙잡을 수 있다면
현재진행형 그 상태에서 머물게 하고 싶은 것이 시간이다.
일상 속에서 그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데 필요한 시간은
몇 초 또는 몇 분이면 족하다.
모 광고에서 보았듯이 떨어트린 신문을 대신 주어서 던져주는 시간도
버스 안에서 내려야 할 사람을 대신해서 벨을 눌러주는 시간도
무거운 짐을 진 어르신을 부축해 신호등을 건너는 시간도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한 사실을 사람들은 알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사람의 일에 무관심하다.
오래 전, 내 자신이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무관심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까닭은 나름의 몇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관심은 많은 것을 가능케 했던 것들을 일순간에 무너트릴 수 있는
상처 그 이상의 독을 품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교량역할을 하는 관심이 어느 날 단절되었다고 생각해 보라.
울컥거리는 일들이, 쓸쓸해지는 일들이, 답답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날 것인지...
가령, 어떤 이가 그토록 소망했던 어떤 일로부터 갑자기 멀어진다면...
어떤 이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어느 날 갑자기 시들해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자신 안에 남아있는 열정이 없다는 증거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 확인이기 이전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의 눈을 통해 바라다보는 세상은 늘 바쁘다.
나도 바쁘고 너도 바쁘고 온통 바쁘게 흘러가지 않는 것은 없다.
빠른 세상에 살다보면 알고도 모른 척
무관심해지는 마음조각들과 자주 대면하게 되는데
그럴수록 우리는 의식적으로라도 눈과 귀를 열어두려 애써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관심이 언제 당신 자신을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킬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미래가 없고 꿈이 없으면 좌절도 없을 것이고 상처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좌절하고 상처받더라도 세상과 사람과 이루고자 하는 꿈에 대해
관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관심은 이웃에게 자기 집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과 같이
관계와 관계사이를 부드럽게 하기도 하지만
작은 관심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과 건강한 세상을 만든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불러들이고
그 생각에 또 다른 생각이 덧칠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깨어있는 이 시간,
가슴에 묻어둔 얼굴처럼 살면서 더러 잊고 있었던 생각이 가슴을 흔들어대고 있다.
중요한 일을 결정짓는데 필요한 시간과 감동을 주는데 필요한 시간은 짧다 라고...
그리고 사랑할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짧을지도 모른다고......
2006년 04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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