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긴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란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솔직하고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기도 하다.
언젠가 친구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대뜸 일주일에 부부 관계는 몇 번 정도 하느냐는 말로
일순간 다른 대화를 제치고 기선을 제압했다.
친구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이십 대 후반에 결혼했으니 새삼 흥미로울 일도 아니겠다 싶지만,
성(性)에 관한 이야기는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긴장시키는 뭔가가 있어서인지
다들 눈빛은 사춘기 소녀 마냥 그 말을 이끌어 낸 친구의 얼굴로 쏠렸다.
어떤 친구는 상황에 따라 다르니 말할 수 없다는 친구도 있고
어떤 친구는 직장을 다니니 피곤해서 귀찮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 자리에 모인 절반 이상의 대답은 이틀에 한 번 정도이며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라고 했다.
허물없는 사이에서 나온 대답이니 별 오차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부부 사이의 성관계 횟수와 만족도가 일본 다음으로 낮다는
언젠가 읽은 어느 조사기관의 수치와 상당히 거리가 먼 것 같다.
솔직히 ‘성(性)은 즐거운 것이다.’ 라는 명제를 두고 이야기할 때
결혼한 사람 중 그렇지 않다고 반대의견을 내놓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간혹 드라마 상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그토록 토닥토닥 싸우던 사람도
몸 사랑을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연스럽게 화해하는 걸 보면
몸 사랑은 단순한 배출기능을 벗어나 둘로 나누어져 대립하던 생각마저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까지 조율할 수 있는 최고의 명약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신적인 사랑보다 몸 사랑이 우선한다는 말은 아니다.
균형 있는 식사를 골고루 했을 때 몸이 건강하듯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는 정신적인 사랑이든 몸 사랑이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게
그날 모인 친구들의 한결같은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성(性)은 즐거운 것이다. 즐길 수 있어야만 성(性)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2006년 06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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