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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느낌

엄마가 뛴 만큼 달라져요 - 이희숙

by 시인촌 2006. 6. 24.

부제 - 공부하는 주부는 아름답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을 두고 포기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누구나 부모는 될 수 있지만 참다운 부모가 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부모도 아이 못지 않게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해야 한다. 아이가 크면서 가슴 깊이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부모가 자식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진정한 부모라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위의 이 말은 아이가 사춘기에 드니 공부도 안 하고 말도 안 듣고 정말 요즘 같아서는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두고 싶은 심정이라는 평소 알고 지내는 어떤 이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해 준 말이다.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사춘기는 그 어떤 시기보다 중요하다. 그 중요한 시기에 아이의 꿈을 바르게 펴는 것도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집집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꼭 아버지가 경제를 책임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경제를 책임지는 쪽이 아버지인 현실을 감안할 때 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라면 그 어느 때보다 어머니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기라는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나는 요즘 두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이런 고민은 두 아이를 임신하면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 마음에 한결 같은 숙제로 깊이 뿌리내린 즐거운 고민 중 하나로 자리 매김 한지 이미 오래지만 큰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고 둘째가 초등학교 5학년인 지금 현실적으로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

 

 

2006년 6월 19일 월요일 조선일보 D1면에 난  "학습과정까지 챙겨... 엄마가 뛴 만큼 달라져요" 라는 큰 제목아래 특목고. 명문대 보낸 엄마 10명의 교육법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중 한 사람에 속한 나는 신문에 소개된 어머니들 못지 않은 열정으로 내 나름의 기준에 따라 아이들 학습에 관여를 한다. 이런 내게 어떤 이들은 공부는 스스로 할 때 학습효과가 가장 잘 나타난다며 언제까지 도와 줄 수 있냐고 반문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스치듯 생각하면 스스로 공부하는 것 이상 좋은 학습효과를 기대하는 건 없어 보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아이의 학습에 영향을 미친 부모라면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공부는 스스로 해야만 한다고 인식하거나 스스로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 중 한결 같은 고민은 자녀가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점과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드니 말도 안 듣고 화만 내고 반항을 하더라는 점을 꼽았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들을 살펴보면 자녀들에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보다 아이 얼굴만 마주쳤다하면 노래를 부르듯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몸과 마음에 변화가 오는 시기인 사춘기에 속한 아이들은 부모 중 어느 한사람이라도 학교생활, 친구관계, 공부 등 궁금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끝까지 들을 준비를 하기보다 일단 부모의 말에 반기부터 드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다그친다면 자칫 부모와 자식간의 벽이 생겨 대화의 단절마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때 무조건 엄마아빠는 언제나 네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인정해주는 것 못지 않게 아이의 학습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예민한 시기인 아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백 마디의 말보다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피부에 와 닿는 부모의 노력이라는 사실이다. 이 글을 읽는 나그네들이여, 잊지 마라. 자녀가 똑똑해지기를 원하거나 좋은 성적으로 특목고나 명문대를 가기를 원한다면 부모의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요 며칠 두 아이의 시험기간이 가까워지면서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몇 배로 늘려야만 했다. 건강을 챙기는 건 기본이고 시험치는 당사자 못지 않게 아이들 자습서나 문제지, 교과서 내용을 익혀야만 했다. 이런 나에게 어떤 이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두 아이의 시험기간이면 웹 상 외출은커녕 글 한 줄 쓸 시간조차 내 의지로 만들지 않는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어쩌면 공부하는 부모가 자녀의 미래에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거나 자기밥그릇은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을 믿고 있는 사람이거나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 남다른 관심과 노력과 정성을 투자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일년에 네 번 정기적으로 치르는 학교시험기간이나 기타 특별한 시험이 있을 시에는 두 아이가 공부한 내용을 아이들이 잠든 새벽까지 확인하고 시험문제에 나올 만하다 싶은 문제를 나름대로 분석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그 다음날 아이와 함께 공부할 때 되짚어준다. 그렇게 신경 쓰고 나면 매번 입안이 헐고 입안 가득 혓바늘이 돋지만 그토록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도 텔레비전도 멀리하고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었다는 뿌듯함에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산뜻하다.

 

 

나는 종종 학습하는데 있어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라는 논리를 펼친다. 그 한 예로 노력하지 않고 1등 하기를 바란다면 그건 도둑놈 심보나 마찬가지니 칭찬 받고 싶거나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거나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면 노력하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간혹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은 고사하고 아이가 어떤 과목에 특별히 흥미를 느끼고 잘하는지 재미없어하는 과목은 무엇인지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부모들을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많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만 해도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했던 열정에 미치지는 못해도 가끔씩이라도 아이들의 책상에 꽂혀있는 교과서도 뒤적여보고 가방에 들어있는 노트도 한번 살펴 볼 일이라고... 또한 자녀가 인성도 밝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부모부터 변해야 한다고...

 

 

‘엄마의 관리 없이 특목고나 최상위권 대학 진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라고 한 신문기사내용이 아니라도 엄마가 뛴 만큼 달라진다는 사실은 내 어린 두 아이를 통해서 수 차례 경험하고 있다. 내 관리와 두 아이의 의지가 맞물렸을 때의 두 아이 성적은 또래집단 중 1%에 속하는 최상위권 성적을 나타내지만 내 관리가 조금 느슨해지거나 자신들의 의지가 약할 때는 최악의 경우 10%대까지 하락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만 봐도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 못지 않게 부모의 체계적인 관리가 아이들의 학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 수 있다.

 

 

‘엄마가 뛴 만큼 달라져요’ 라는 제목에 ‘공부하는 주부는 아름답다’는 부제를 단 이유는 공부하는 주부는 아름답다 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를 하는 까닭이요, 백 마디의 말보다 자녀를 위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엄마의 모습이 아이들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06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