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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삶Ⅴ - 이희숙

by 시인촌 2004. 6. 18.

사랑만이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유로이 거니는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사랑만이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인생이라는 그릇에 
무엇을 채워갈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며 
지나온 길 지우며 걷지 않고도 
거울 같은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랑이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마주 바라보는 작은 기쁨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사랑이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그 누군가의 따스한 눈길을 간절히 바란다면 
그 사람은 이 세상 그 무엇도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며 
지나온 길 위에 새로 펼쳐진 소박한 오솔길을 
즐거이 산책할 수 있는 사람이다   

2004년 06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