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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두서없는 답장

by 시인촌 2004. 7. 20.
 
밤 아닌 밤, 
결코 울리지 않는 전화기, 
올리 없는 메일,
오늘은 하루 종일 비,...
전화번호가 001로 시작하는 걸 보고서야  
어느 먼 나라에 계신 분이란 걸 알겠습니다.

메일에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쓰셨던데
그 미안하다는 표현,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메일을 보내서 미안하다는 건지 
아니면 
그런 편지를 알지 못하는 이에게 띄워야 하는 자신에게 미안한지
물어보지 않았으니 알 길은 없으나 
보이지 않는 너머에 계신 님께서 
오늘은 그냥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이유 없이 무작정 사람이 그리운 날이 있지요.
굳이 성별을 구분하지 않아도 좋고 
나이를 저울질하지 않아도 그저 말이 통하는 순한 사람...  
내가 하는 이야기가 별 재미없어도 
중간에서 자르지 않고 끝까지 귀기울여 들어줄 그런 사람이... 
보내주신 풍경 사진, 
현재 살고 있는 나라의 풍경인지 알지 못하지만
아름답게 감상 잘 했습니다. 
모두가 제가 좋아하는 시각인 해질 무렵에 찍었더군요.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분이지만 님의 닉네임이 낯설지 않더군요. 
우연일까요.
그 닉네임...
어느 먼 나라에 계신 님...
솔직히 제가 전화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고 있었지요.
그러면 처음부터 기대가 없었으니 
공연히 울리지 않는 전화기에 대고 원망은 하지 않았겠지요.
그래요.
살다보면 결코 울리지 않는 전화기, 올리 없는 메일이지만 
병인 듯 꿈인 듯 그런 풍경 속에 갇혀 있을 때도 있겠지요.

두서없는 답장 이렇게 쓰게 되어서 이번에는 제가 미안합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