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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느낌

영재교육을 위한 학부모의 역할 - 이희숙

by 시인촌 2006. 11. 29.

2006년 11월 20일 월요일, 대구광역시 남부교육청 영재교육원에서 주최한 2006년 학부모 및 지도강사 연수회에 다녀왔다. 연수회 장소인 대구공업대학 2호관 대강당에 오후 2시 40분쯤 도착해서 연수 등록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니 20여분의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기 때문인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은 학부모들의 이야기 소리로 강당 안은 제법 시끌벅적거렸다. 오후 3시부터 식순에 맞춰 진행된 연수회는 남승인(대구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교수의 ‘영재교육 마인드 재고와 자녀교육’ 특강에서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 그곳에 모인 학부모들은 영재라는 이름의 타이틀을 받은 자식덕분에 초청되었으므로 자식에게 고마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일순간 그곳에 모인 이들의 가슴을 숙연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은 천재, 영재, 수재라는 말들을 하지만 차이점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기보다 거기서 거기라는 비슷한 선상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다. 남승인 교수의 특강을 통해 살펴 본 바, 천재(天才)란 태어날 때 이미 천부적으로 재능을 타고 난 사람으로 아주 어릴 때부터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며 한가지를 가르치면 2~3가지의 이치를 깨우치게 되며, 영재(英才)란 꽃부리 영(英)자의 뜻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사람, 즉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조적인 산출물을 만드는 사람이며 수재(秀才)는 우수한 기억력을 이용하여 이미 알려진 사실을 잘 외우고 외운 것을 교묘하게 이용할 줄 아는 재주꾼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영재는 한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국가·사회와 인류의 문명·문화 발전에, 그리고 당대뿐만 아니라 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물질적 풍요와 혜택을 제공하는데 기여하는 사람이지만 영재성은 불변적인 것이 아닌 가변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영재라고 불리던 사람들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영재성과 지능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영재성이 있는 자녀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강의는 계속되었다. 특강 도중 아이들의 배냇저고리를 보관하고 있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대충 살펴본 결과 손을 든 사람은 참석한 인원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숫자였다. 전통을 중요시하고 자식에게 정성을 다하는 학부모라고 치켜 세워주는 바람에 손을 든 내 자신이 썩 괜찮은 부모 대열에 합류한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아들 녀석이 작년에 이어 연이어 두 해 동안 남부교육청에서 무료로 영재수업을 받고는 있지만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나로서는 이번 특강을 통해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학교나 집에서 발견하지 못한 혹은 묻혀 질 수도 있는 아이의 창의성을 새롭게 발견해나가는 계기는 되지 않을까 하는 믿음은 생겼다.

 

 

나라가 어수선하고 불안할수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영재를 육성한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아이를 사회와 국가를 위해 어떤 인재로 키워낼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귀로는 강의를 듣고 눈은 강의를 하는 사람을 보고 있지만 머리와 가슴은 바쁘게 돌아가는 엔진처럼 생각 또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일반적으로 영재교육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영재는 틀림없이 문명이 가질 수 있는 위대한 선천적인 자원이다(Sternberg & Davidson. 1986)"라고 주장했듯이 영재라고 분류된 이들이 잠재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사회 더 나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영재성이 재능 + 지원 + 열정의 결합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부모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는 모범을 자녀들에게 먼저 보여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자녀교육에 관한 마인드는 부모가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건 두말 할 필요조차 없다. 남교수님의 특강내용대로 부모는 자녀들에게 약초를 가꾸듯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부보다는 명예를, 명예보다는 사람 됨됨이가 가치 있는 삶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나를 생각하기 이전에 우리를 생각하게 해야 할 것이다. 또 영재는 국가적 자원이므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잠재성만으로 영재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자만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남승인교수의 50분간에 걸친 강의가 끝나고 10분 남짓 쉬었다 다시 강의는 시작되었다. 두 번째 특강을 맡은 이는 ‘21세기 세계를 선도하는 겨레의 꽃부리(英才)를 위해’라는 주제로 꽃부리의 글쓰기에 대해 열연을 펼친 나랏말 출판사 대표 정재원님이었다. 전직국어교사였다는 그분은 학창시절에는 마라톤선수였고 지금은 그림을 그려 해외로 수출도하고 무역업도하고 학원 강사까지 하는 팔방미인이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안 되는 게 어딨니?" 라는 유행어가 그분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대단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발상의 전환이 가져다 준 멋진 결과를 듣는 내내 마흔을 넘긴 내게도 아직도 뭔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잘 살펴보면 몇 개 더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기분 좋은 파랑색 신호등이 가슴에 불을 밝혔다.

 

 

정재원님의 꽃부리(英才) 글쓰기의 기본 지도 원칙에는 목표 확립과 동기 부여, 쉬운 것부터 시작하기, 다양성 인정하기, 이질적인 것의 결합하기, 아름다운 소재 주기, 제한된 시간 속에 완수하기가 있었는데 평소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이어서 강의내용이 쉽게 이해되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나치고 말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자녀교육은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이끌어가고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특강을 통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정재원님의 강의 내용 중에서 사람의 장점을 인정해주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전직 대통령을 예로 들어 이야기 한 부분, 즉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이나 행동은 우리가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개인적인 소질이나 그 밖의 칭찬할만한 점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노래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의 작사 작곡자가 고 박정희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알았고 대통령 취임식 때 기자의 요청에 의해 즉석에서 헤르만헷세의 시를 낭독한 노태우 대통령을 로멘티스트로 기억하게 되었다.

 

 

식순에 따라 행해진 3시간의 특강을 마치고 나오니 벌써 거리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자식을 잘 둔 탓에 그 시간 아이들의 간식도 챙겨주지 못하고 그곳에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었지만 세 시간의 특강시간은 그 날 있었던 일 중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교육열의가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받은 사람(노벨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이 있지만) 하나 나오지 않고 세계에서 인정하는 석학도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다는 정재원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동안 우리나라 국민은 뭐했나 싶기도 하고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다. 영재는 가까이는 가정과 개인에 국한된 문제일 수도 있으나 멀게 보면 사회, 국가, 민족으로 확대시켜 그들의 잠재성을 끊임없이 개발시켜 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때,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석학도 나오고 노벨 물리상이나 노벨 의학상 등 세계인류와 평화를 위해 기여하는 인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영재교육을 위한 학부모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강을 듣고 영재라는 이름의 자식을 둔 부모로서 책임감이 더 막중하다는 생각에 마음에 힘은 들어갔지만 자녀의 장점을 개발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은 부모의 역할 중 가장 큰 비중이 되어야한다 라는 평소 생각에 더 확고한 의지를 심어주었다.

 

 

 

 


 

 

2006년 11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