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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그녀만 생각하면 왈칵 배롱나무 꽃이 피어 - 이희숙

by 시인촌 2006. 12. 10.

그녀가 떠난 것도 따지고 보면 
몹쓸 생각을 한 내 책임이 커  
왜 하필 그때 배롱나무 꽃을 보고 
상여를 떠올렸을까
마음에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는데
비 한 올 내리지 않았는데
그녀만 생각하면 왈칵 배롱나무 꽃이 피어
기뻐 소리치고 싶은 날에도 
흔들려 마음 젖고 싶은 날에도  
한그루 배롱나무로 서서 그녀를 추억해
그녀가 와 바람에 하롱하롱 
나비보다 가벼운 그녀가 와
그리워 그리워서 끝내 빨강 꽃을 피우고 마는 
다 부르지 못한 사모곡[思母曲]안으로

2006년 09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