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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읊조림(서른 일곱)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 이희숙

by 시인촌 2004. 8. 21.




이 사진들은 이층 거실에서 삼 사 층으로 올라가는 
우리 집 실내구조 중 한 부분을 찍은 것인데
찍은 각도와 빛의 밝기에 따라서 어떤 사물이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맨 아래 사진은 우리 집 두 아이의 전용 공간으로 사용하는  
일층으로 내려가는 입구까지 보이는 걸 보면
같은 자리에서 살짝 각도만 달리해도 눈에 보이는 것이 이렇게 달라지는데
생각하는 사람이야 오죽하랴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밤이다.



집안에 있는 책들 중 몇 권의 책을 침대 옆에 두고 읽는데 
여기에 보이는 책들은 조만간 다른 책으로 교체 될 예정이다. 
책 앞에 보이는 나무에 쓰인 글귀‘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자’
이 작품은 여행 중 마음에 닿는 뭔가가 있으면 사는 걸 즐기는 내가  
나무에 쓰인 글귀가 마음에 들어 작년 여름 목천 독립기념관에 가서 산것인데 
매순간 내 삶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다짐에서 사게 된...
이 글귀를 보면서 오늘 난 내 자신을 돌아본다.
오늘 하루 난 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남편이 그린 이 그림을 이사할 때마다 내가 더 챙겼던 건 
이 그림을 보면 편안해서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삶의 고마운 흔적 같은 걸 
이 그림 속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만나 함께 한 세월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이 그림을 보면 
종종 사람에게서 느끼는 정 같은 따스함을 느끼는데
정은 비단 사람과 사람사이에만 존재하는 건 아닐 것이다.
관심을 기울이면 사랑임과 동시에 정이 된다는 말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자꾸만 기울여지면 그건 분명 정일 것이다.

불빛 때문에 그림에 그림자가 생겼다.
빛과 그림자, 멀고도 가까운 사이
오늘밤은 아무래도 쉬 잠이 들것 같지가 않다.
그림 속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아니어도 내 속에 숨은 그림자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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