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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향기

언제나 처음 같은 마음으로 - 이희숙

by 시인촌 2007. 3. 15.

미범씨,
사랑하는 수많은 청춘 남녀를 설레게 했던 화이트데이도 두시간 전에 지나갔고
내가 참 행복한 여자구나 하는 생각을 살면 살수록 더 진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
당신 생일도 지난 지 만 하루하고도 두 시간이 지나버렸어.
늦었지만 진심으로 생일 축하해.

 

희야, 자자... 하는 당신을 두고 오랜만에 사색의 방으로 건너 온 건
당신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편지를 쓰기 위해서 만은 아니야.
내가 얼마나 사랑 받고 사는 여자인가 하는 사실을 조용히 기억하며
나를 둘러싼 배경들을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은 더 사랑하겠다는
나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기 위해서야.

 

미범씨,
당신만 생각하면 왜 나는 이토록 가슴이 벅차 오르는지 모르겠어.
사랑한다는 말로는 너무도 부족한 이 느낌, 정말이지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
어느 여자남자가 자신이 선택한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이 있겠냐마는
당신과의 인연이 시작 된 후 지금까지
당신이라는 사람이 밉다거나 싫다는 생각 들지 않게
내 눈과 마음에 계속 콩 깍지 씌워주어서 고마워.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당신이라는 사람은 나한테만은 완벽하다는 뜻이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이상 뭘 바래, 더 이상 뭘 더 잘해 줘 라고
사람 많은 곳에서 당당하게 소리쳐도 될 만큼...

 

미범씨,
종종 우리가 한 그루의 연리지 나무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해.
각기 다른 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느새 한 몸 되어 살아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이 매번 잠들기 전까지
서로의 팔과 다리를 꼬아서 한 몸 인양 보듬기 때문만은 아니야.
이런 표현이 적확할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바로 나고 내가 곧 당신이라는 생각,
영혼과 영혼의 교감 때문 일거야.

 

문득, ‘싸이의 연예인’이라는 노랫말 가사가 생각나네.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 줄게요.
연기와 노래 코메디까지 다 해줄게요.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평생을 웃게 해 줄게요.
언제나 처음 같은 마음으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당신은 내게 있어 노랫말 가사처럼 그런 사람이었네.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솔직히 말해서 본첩기질과 애첩기질을 고루 갖춘
나를 아내로 선택한 당신도 복 터지기는 마찬가지 아냐.
에고 스스로 나 잘났다고 광고하니까
도둑놈 제발 저린 사람처럼 온 몸이 찌릿찌릿해오네.

 

함께 있어도 늘 그리운 미범씨,
엊그제 당신 생일이라고 내가 해 준 것보다
내가 받은 선물이 너무도 과분해서 뭐라고 사랑의 인사를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구두 사라며 준 상품티켓에 옷과 현금 오십 만원 그리고 노란 후리지아 꽃다발...
당신이 내게 투자한 백 만원이라는 돈은
돈으로 절대 환산 할 수 없는 당신의 정성이고 사랑이라는 걸 알아.
고맙다는 말보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사랑스러운 말을 전해주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지...
그래, 생각났어.
당신이 내게 그러하듯 나도 그대만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 줄게.
평생을 웃게 해 줄게.
언제나 처음 같은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