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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읊조림(일백 여덟) - 이희숙

by 시인촌 2007. 3. 17.

인생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사람과 일어나도록 만드는 사람.
오늘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만들려고 노력하는 남편으로 인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수많은 생각들에 둘러 쌓여있다.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그리고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달아 가는 과정에서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들이 
또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해주고 싶은 아빠엄마의 생각에 
아들 녀석이 절대라든지 never 라든지 하는 표현 대신 
천천히 생각해 볼게요. 하고 1%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만 한다면 
부모로써 아들에게 디딤돌 역할을 확실히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돈을 남겨주는 부모가 되기보다 
아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협력자가 되어주는 것이 훨씬 낫다는 아빠엄마의 생각을 이해시키기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녀석은 너무 어린가보다.

가족은 어떤 이유에서든 함께 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과 달리
재석이랑 둘이서 몇 년 해외로 나갔다오면 어떻겠냐는 남편의 제의에 
이 땅에서 살고 싶다는 아들녀석과 달리 
끝까지 싫다는 대답을 하지 못한 나는  
어쩌면 아들녀석의 유학을 핑계로 
내 자신의 변신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