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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 희야 이희숙 원시인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대어를 낚을 생각에 꿈인 듯 달려갔더니원시인은 간데없고텅 비어서 고요한경전 읽는 한 그루의 나무만 보았네 아 저것은 어둠의 역사빛으로 만든 집 아 이것은 몸짓의 언어시간이 그린 벽화 왈칵 무너진 내 그림자   --------------------------------------------------------------------------------작업 노트: 2018년 3월 중순대구 달서구 진천동에 거대 원시인 조형물이 설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카메라를 챙겨 달려갔더니 공사 중이었다. 실망하던 그때, 눈으로 들어와 마음에 닿은 것은 누워있는 원시인의 몸에 새겨진 듯 선명한 나무 그림자였다.    사진을 찍고 돌아온 후에도 불쑥불쑥 찾아오는 손님처럼, 그날 내가 거기 있었다.. 2018. 4. 8.
즐거운 하례마을 - 희야 이희숙 나는 이상한 여자입니다 십이월 첫날 어쩌자는 작정도 없이 마음 찢고 나온 생각 따라 별안간 제주에서 살아보기를 하러 온 나는 이상한 여자입니다 대문 없는 단독주택을 빌려 큰 그림을 그리러 온 날마다 제주를 통째로 훔치는 상상을 하지만 한 번도 훔친 적 없는 아무려면 어때요 살 .. 2018. 4. 5.
성산 일출봉에서 아침 해를 맞이하다. - 희야 이희숙 해마다 겨울 방학이면 아이들과 함께 해외로 가족 여행을 떠났는데, 2017년 3월 초 새 학기가 시작하는 그 주에 태국 치앙마이와 트라이앵글 지역으로 가족 모두 6일간의 자유여행을 다녀왔기에 올겨울은 여느 해와 다르게 제주에서 두 달 살아보기로 했다. 그 배경에는 갑자기 찾아온 턱.. 2018. 1. 10.
살다 보면 누구나 다 그래 - 희야 이희숙 살다 보면 누구나 다 그래 이 말처럼 외로운 말이 또 있을까같은 공간 마주 보고 있어도 끝내 내 것이 될 수 없는 사람처럼  살다 보면 누구나 다 그래이 말처럼 가벼운 말도 또 있을까 그 생각만 하면 왠지 쓸쓸하고 쓸쓸해져 화롯불 같은 따뜻한 말이 그립다 오늘도 주인 없는 말이 하늘을 날고 시장 한복판을 서성이다 사연들로 넘쳐나는 저녁거리를 돌아 기억에도 없는 술집에서 막을 내린다 잘 가라 온 생애를 걸고 무시로 곁을 지킨 말더러 위로도 되었지만끝내 내 것이 될 수 없어 외로웠던 말  2017년 12월 - 喜也 李姬淑 2017. 12. 18.
쉬어가는 섬 ㅡ 희야 이희숙 그래도와 아직도를 아시나요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가는 섬 깨지고 넘어져 더는 아무것도 아닐 때그래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이가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깜깜한 방에 불 밝히듯스스로 등대가 되어 길을 찾는 섬 생각만 하다 끝내 아무것도 못 할 때아직도 늦지 않았다 토닥여주는 이가단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다면물길을 만난 배처럼 스스로 길을 내고 노를 젓는 섬  왈칵 세상의 끝과 마주하거든그래도와 아직도로 떠나라 밤새 폭우가 내리고 폭설이 쌓여도 젖지 않고 묶이지 않는 섬 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가는 섬이 있다그래도와 아직도가 있다   2017년 12월 - 喜也 李姬淑 2017. 12. 14.
봄날 - 희야 이희숙 햇살 좋은 날 먼 길 돌아온 바람의 전언을 듣다가 시간이 버무려낸 구름의 연서를 읽다가 실눈 뜨고 오는 봄의 속살을 만지다가 온 우주를 들었다 놨다 하는 꽃들의 행진을 본다 이런 날 가만가만 스며드는 봄비처럼 마디마디 매듭 풀고 네가 오면 좋겠다 2017년 03월 - 喜也 이희숙 2017.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