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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나를 물들일 시간 - 희야 이희숙 전화 온 줄도 모르고 바쁘게 지나간 하루휴대전화를 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좋아하는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를 듣습니다곡은 흥얼거려도 샹송 가사는 매번 잘 외워지지 않네요다니엘 비달의 오! 샹젤리제는 어떻고요문득 갑자기 왈칵 느닷없이 노래 가사처럼 마음을 열고 거리를 거닐며 모르는 이에게 인사를 하고 싶어져요 읽다가 접어 둔 시집에 눈길이 갑니다끌리듯 단숨에 몇 편의 시를 읽으니무뎌진 마음에도 미풍은 부는지말랑말랑 간질간질 몽글몽글하네요아, 저녁밥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하지만 지금은 이대로가 좋아요조금만 참아 주세요지금은 나를 물들일 시간입니다  2023년 - 喜也 李姬淑 2024. 7. 23.
씹다 - 희야 이희숙 씹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 구경이고씹는 맛이 일품인 건 남 욕하는 거라고 했던가 믿거나 말거나 모임에서 불참한 사람은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날의 주인공이 되어들었다 놨다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도 싸움을 걸기는커녕 따질 수도 없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지만뜯고 씹고 맛보는 재미에북 치고 장구치고 얼쑤 파티는 지금부터다 술술 넘어가는 술처럼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처럼 멈출 줄 모르는 자들이여, 아는가이름 모를 어느 노포 집 술안주 마냥 그대도 예외 없이 뜯기고 씹히다가마침내 소설 속 비운의 주인공이 된다는 걸  모쪼록 말조심할 일이다   2023년 - 喜也 李姬淑 2024. 7. 23.
그늘의 깊이 - 희야 이희숙 잎 떨군 가지마다 졸고 있는 오후 3시그늘의 깊이가 문신처럼 선명하다볕과 그늘의 사이가 아무리 깊다 해도해 지는 저녁이면이럴까 저럴까 재다가 끝나버린 사랑처럼아니 온 듯 사라지네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무엇이었다가도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는 것은모르던 너와 내가 우리가 되었다가도로 남남이 되어 너는 너대로나는 나대로모르던 그때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은 것 그늘의 깊이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인생처럼무엇이었다가아무것도 아니었다가다시 무엇이 될 수도 있는 것  2023년 - 喜也 李姬淑 2024. 7. 10.
명자꽃 - 희야 이희숙 3월 하순에 명자가 왔네부르지도 않았는데수줍게 웃으며 자박자박 걸어오네한 번쯤 들어도 봤을 법한 이름흔한 이름에 놀라고 촌스러워서 또 놀라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명자 명자 명자야은은하면서도 매력이 넘치네명자가 가는 곳마다온 동네 붉은 웃음 걸리고 이 사람 저 사람 쳐다보기 바쁘네   2023년 - 喜也 李姬淑 2024. 7. 1.
2월 - 희야 이희숙 이럴까 저럴까 재다가 끝나버린 썸처럼잠깐 사이 가버린 사랑온 줄도 모르고 보낸아니 온 듯 다녀간그대 그리고 나   2022년 - 喜也 李姬淑 2024. 7. 1.
풍년예보 - 희야 이희숙 오월에도 눈이 내린다는 밀양 위양지로 너와 함께 달려갔네아름다운 완재정을 앞에 두고사랑을 속삭이는 사람들너도나도 배경처럼 절로 풍경이 되고눈빛 머무는 자리마다 예고에도 없던 눈 내리고 쌓이고 우야꼬! 폭설이데이눈밥이 소복소복올해는 참말로 풍년이겠다   2023년 - 喜也 李姬淑 2024.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