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뜨거움에 대해 물으면 - 이희숙

시인촌 2010. 5. 31. 12:06

누군가 뜨거움에 대해 물으면 
눈빛의 언어로 속삭이리
속삭임이 너무 깊어 알아듣지 못하면  
지나가는 바람의 말로 대답하리
바람의 말이 너무 빨라 알아채지 못하면 
두려움 없는 순간과 마주한 적 있는지 물어보리
마주 앉은 그대가 선뜻 말을 잇지 못하면 
단 한순간이라도
집착 아닌 간절함을 위해 
거침없이 사랑한 적 있는지 물어보리
가만가만 고개 끄덕이는 그대에게 
기도에 화답하듯 속삭이리
우리들의 생애는 온통 
예고 없는 소식들로 붐볐고 
어느 한순간도 
간절하지 않은 것은 없었노라고.    
2010년 05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