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가을인가 봅니다 - 이희숙

시인촌 2011. 12. 1. 16:13

 

생각만으로도

아름다운 배경이 되는 사람이여

나를 돌보고

우리를 이야기하는 계절 가을입니다

낙엽처럼 쌓인 욕심과

단풍처럼 물든 미련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나의 마음은

누군가의 여름보다 뜨겁고

어떤 이의 겨울보다 더 깊고 외로울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듭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아픈 이름이 되는 사람이여

겨울을 예고하는 비가

나뭇잎을 흔들고

국화꽃을 잠들게 하는 이 시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잊었던 얼굴과

모른 채 살았던 이름들이

우수수 쏟아집니다

어쩐지 자꾸만 나는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이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쓸쓸한 가을이 될 수 있음에 조바심이 납니다

 

가만히 부르기만 해도

절로 눈물 나는 이름이여

세월을 무시한 추억들이

기별도 없이 찾아오는 걸 보니

또다시 가을인가 봅니다

 

 

 

 

2011년 11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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