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누군가의 이름을 소리쳐 불러도 좋은 가을날 - 희야 이희숙

시인촌 2012. 10. 28. 00:41

 

가을은

밤을 잊은 그대가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건네기 좋고

길 잃은 그대가

추억을 잊고 사는 그대를

가만가만 흔들어 깨워도 좋고

위로받고 싶은 그대가

상처 입은 그대에게

밤이 깊도록

그대의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좋아요

오,

묵혀 둔 기억의 더듬이를 세워

느닷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소리쳐 불러도 좋은 가을날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나의 부름에 대답해주세요

그러면 나는

허공에 유배된 그리움의 족쇄를 풀고

끌리듯 한걸음에 달려가겠어요

 

  

 

2012년 10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