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향기
지금은 휴식 중
시인촌
2005. 5. 12. 22:56
떠나려고 합니다. 일상에서 나를 묶어 두었던 것들과 서운하지 않을 만큼 아주 잠시 이별을 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무슨 반찬을 할까? 오늘은 어디로 갈까? 오늘은... 늘 적당히 긴장을 해야 내 삶이 제자리에 있을 줄 알고 행했던 많은 것들에서 살며시 빠져 나오려고 합니다. 날마다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에 내 몸을 혹사시켰던 것들과도... 한 일주일 내 손때가 묻어있는 집안 구석구석의 흔적들과 잠시 작별을 하고 돌아올 즈음이면 내 손가락마디가 조금은 더 가늘어질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칠월의 끝자락에서 홀연히 떠나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듯 익숙해진 것들과 잠시 이별하는 것은 늘 그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워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떠나기 전, 갖가지 화초에 물을 주었지만 아무 탈 없는지 텅 빈 집안에 혼자 두고 온 것 같은 금붕어는 배가 고프지 않은지 별 별 생각에 떠나도 온전히 떠나있지 않음을 알지만 이번에는 좀 더 느긋하게 쉬어볼 생각입니다. 떠나도 금새 내 사는 곳이 그리워서 그림자처럼 찾아들고픈 마음이 수시로 변덕처럼 일어나도 모른 채 하고 컴퓨터와 전화 등 문명의 이기가 주는 것들과도 잠시 이별을 하려고 합니다. 하여, 지금은 휴식 중... 2001년 07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