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낮은 읊조림
이름 한번 불러주세요 - 이희숙
시인촌
2005. 7. 4. 11:22
‘이름 한번 불러주세요.’
길지도 않은 이 문구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 가을쯤으로 기억되니
벌써 반년 하고도 또 한 계절을 보냈다.
이 글을 매일 마주치는 것은 아니지만 외출해서 집으로 돌아올 때
이 글귀가 붙어있는 초등학교 담을 지나칠 때면 어느새 마음에 힘이 들어간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누군가의 이름을 입속에서 굴리며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기도처럼 돼 내고 혼자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이름으로 보아서 남자임에 틀림이 없다는 결론까지 내리며...
이름, 이름은 단순히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름이야말로 한 개인을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며
그 사람의 이력서라고 해도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이름을 통해서 한 사람의 모습과 나이, 성별은 물론이거니와
살아가는 배경과 성품 등을 자동영상처럼 떠올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알고 지낸 세월이 있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알게 모르게 머릿속에 저장된 경우겠지만 말이다.
그만큼 이름이란 한 개인의 짧은 역사와도 같다.
나는 유머 감각이 없다. 그러나 언제나 웃을 준비는 되어 있다.
비 내린 오늘, 유머 감각 없는 내가 심심한지 은근슬쩍 장난기가 발동한다.
누가 내 이름 불러 줄 이 없소.
2005년 7월 - 喜也 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