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낮은 읊조림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참 오묘한 것 같아... - 이희숙
시인촌
2005. 12. 17. 12:15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참 오묘한 것 같아. . . . 그래. 그렇지.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참 오묘해.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단순하고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어떤 말로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단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살아간다는 것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에 대한 끝없는 자기모순을 안고 사는 연민 같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죽는 그 순간에 비로소 끝나는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들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상대성이론은 물리나 과학을 설명할 때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는 걸 새삼 너에게 기억하게 하고 싶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매사에 사려 깊은 넌 알고 있을 거야. 밝음이 있으면 어디에나 그만큼의 어둠은 존재하기 마련이야. 그러니 스스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것과 현실 사이에서 너무 깊은 갈등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살며 사랑하는 동안 한번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어찌할 바 몰라 오래도록 서성였던 순간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가 누가 있겠어. 분명한 건 선택은 스스로에 의해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야.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요즘 네 숨가쁜 일상이 느껴져. 그래도 널 지켜보는 내 마음은 겨울이 가고 나면 따스한 봄이 오듯 네 마음에도 봄이 찾아올 거라는 믿음이야. 그러니 힘내.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야하거나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걸로 인해 두려워하거나 망설이는 네가 되지 않기를 기도할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상, 홈런은 아니더라도 안타는 치고 가야지. 옛 어른들 말씀 중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 괜히 회자되어 전해지는 말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이해할거야. 그 말이 지닌 그대로의 뜻 너머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숨은 애착에 대해서도... 산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건 마음먹기에 따라서 동전의 양면과도 같고 칼날과도 같아.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덕이 될 수도 있고 스스로를 해치는 무기도 될 수 있는... 이런 이야기 전하는 나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더 많은 이해를 하고 있는 너겠지만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큰산이 되고 네가 좋아하는 바다가 되어 너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기쁨이 되고 싶어. 문득, 사람 사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라는 말 그 말이 왜 이 순간에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추측한다는 건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거나 잘못된 습관일 수도 있겠으나 네가 남긴 짧은 몇 줄의 글을 통해서 나는 네 마음을 미루어 짐작하지 않을 수가 없어. 너에게 위로가 되고 싶은데 그렇게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니 지금 이 순간, 바깥세상에서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고 있는 네가 더 궁금해진다. 기억해줄래. 살면서 가장 큰 적은 사랑과 이해로 끝없는 용기를 북돋워주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가족이나 가까운 주변인이 아닌 자신 안에 숨어사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용기라는 사실을... 분지인 이곳도 12월 들어 벌써 세 번째 눈이 내렸어. 철없는 아이들은 눈이 왔다고 마냥 좋아라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내린 눈 치워야 했던 나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어. 나라안팎으로 어수선한 요즘, 이름도, 성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되는 추위와 잦은 눈 소식에 마음까지 얼어붙을까 염려되어... 아, 참 네가 수희야 하고 부르면 내 마음이 가장 순수해지는 거 알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가장 자연스럽게 이해해 준 너에게 감사해. 주말이네. 열심히 뛰었던 한 주의 피로도 풀고 새로 맞을 날들에 대한 힘도 충전하고 두루두루 의미 있고 보람된 시간 만들어가길 바래. 건강하고...